오후 10시대에 방송되는 TV 드라마의 대부분이 허구적 판타지 성격과 통속성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오후 고려대 국제관 국제회의실에서 (사)여의도클럽이 'TV 드라마 경쟁력제고 방안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동후(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같은 분석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전환기의 한국 드라마:2003-2004년도 드라마의 특성과 전망'이라는주제 발표에서 지난 1년 간 오후 10시대에 방영된 40편의 드라마를 허구적 판타지성,사실성, 통속성, 반통속성으로 구별해 분석했다. 인기를 모았던 '파리의 연인' '천국의 계단' '발리에서 생긴 일' '풀하우스' 등이 허구적 판타지성과 통속성에 위치해 있고, '꽃보다 아름다워' '결혼하고 싶은 여자' '대장금' 등은 사실성과 반통속성의 위치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여성 주인공들의 캐릭터 성격은 전형성을 탈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화제가 된 사극의 경우 '다모'의 채옥, '대장금'의 장금은 봉건적 신분 제도의 틀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운명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담고 있는 현대극 역시 예전보다는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자신의 사랑을 스스로 선택하는 변주를 보여준다는 것. 이 자리에서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도 짚었다. 박소라(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교수는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과 텔레비전 프로그램 유통체계의 변화'라는 내용의주제 발표를 했다. 그는 "방송과 뉴미디어 정책은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영상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전통적 의미의 공익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전제했다. 미디어 상품은 공공재(public goods)적 속성을 갖고 있어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돼왔으나 이제 새로운 매체의 출현으로 소비자들이 대가(돈)를 지불해야 하는 매체도 생겨나며 한 상품의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것. 즉 "통신형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이용자의 무임승차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유료 방송, 인터넷 콘텐츠 이용료 부과, 모바일 콘텐츠 등은 모두 미디어 상품의 공공재적 속성을 극복해가는 미디어로 분류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미디어로 인해 지상파 방송의 시청점유율이 90년대 중반에는 90% 이상이었으나, 최근에는 70%대까지 떨어졌고, 98년 193.6분이었던 하루 평균 TV시청 시간이 2002년에는 163.7분으로 낮아졌다. 또 최근 10년 동안 20대 미만의 연령층의 시청 시간은 감소했으나, 대신 50대이상 연령층의 시청 시간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뉴미디어의 출현은 지상파 방송사에게는 새로운 경쟁과 동시에 새로운 창구라는 시장 확대의 기회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 세미나는 마동훈(고려대 언론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김종식 KBS드라마 2팀장, 이은규 MBC 드라마 책임프로듀서, 문정수 SBS 책임프로듀서,최상식 JS픽쳐스 대표이사 등 현장에서 실제 드라마 제작을 지휘하고 있는 방송인과 윤태진 김은미(이상 연세대), 임정수(서울예대), 강명현(한림대) 교수 등 언론 관련대학교수들이 참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