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시작된 국회 대정부질문이 첫날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날 정치분야 질문에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한나라당 비하 발언에 대한 야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하면서 정면 충돌했다. 이 총리는 더 나아가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독설까지 퍼부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강력 반발하며 이날 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결정과 4대입법 등으로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와중에 총리가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정국은 극한상황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총리-야당 정면충돌=한나라당측 첫번째 질문자로 나선 안택수 의원과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 시작과 동시에 감정 섞인 설전을 벌였다. 이 총리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 요구에 "국민이 잘 알듯이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원을 받은 당인데 어떻게 좋은 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총리는 또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은 다수의 위력으로 다른 의원들의 투표를 방해하면서 대통령을 탄핵해서 헌재에 회부하지 않았느냐"고 역공을 취했다. 조선·동아일보를 "역사의 반역자"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평소의 소회를 밝힌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안 의원은 "총리가 제1야당을 그렇게 함부로 얘기하고 비난하면 총리 자격이 없다"며 "오히려 헌법체제에 도전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대통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총리가 역사 퇴보의 진짜 장본인"이라고 반격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안 의원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국민들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응수했다. 안 의원이 "막 가자는 것이냐, 망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게 타당하다"고 말하자 "안 의원 주장에 거취를 결정할 사람이 아니다"며 정면대응했다. ◆국회 일정 파행=한나라당은 총리의 답변이 "국회와 국민을 모독한 것"이라고 규정하고,이 총리의 사과가 없을 경우 이날 본회의는 물론 향후 의사일정까지도 거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후 2시 속개될 예정이던 본회의는 오후 늦게까지 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 총리가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천 원내대표는 "이 총리의 뜻이 워낙 확고하다"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전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대한 인내하고 의회주의를 지키려 했으나 이 총리의 폭언과 망언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한나라당을 제1야당으로 뽑은 국민에 대한 모독으로 그런 극언을 한 이 총리는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양준영·박해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