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계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사건건 충돌을 빚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관련,SEC가 종전보다 훨씬 엄격한 규정을 만들려 하자 기업들은 법원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양측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최근 SEC가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등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그동안 수세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미 재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2002년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의 회계부정 사태 이후 미 재계는 정부측의 기업개혁 조치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묵묵히 따랐다. 최고경영자(CEO)의 재무제표 인증과 경영상황의 상세한 공개를 의무화한 '사베인-옥슬리 법' 제정에도 적극 찬성 의사를 표시하는 등 기업들은 '낮은 자세'로 임해왔다. 그러나 최근 SEC가 뮤추얼펀드 이사회의 75% 이상을 사외 이사로 채우도록 강제하고 헤지펀드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 수위를 더 높이려 하자 재계측은 '참을 만큼 참았다'며 공세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 재계의 맏형 격인 상공회의소는 이달 초 사상 처음으로 연방법원에 SEC를 고소하면서 "내부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SEC의 월권 행위 때문에 비용 상승 등 부작용이 심하다"고 공격했다. 상공회의소는 1백57개 대기업 CEO로 구성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등과 연합체를 결성,신문 광고 등을 통해 SEC의 부당성을 공개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SEC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모기지 회사 패니매의 회계부정 사건과 보험사 마시 앤드 맥레넌의 입찰 담합 의혹에서도 드러났듯 기업 개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