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 사는 조정문씨(35)는 사이버장터 옥션에서 패션가발을 팔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도 없이 '가발'이란 다소 생소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월 수입은 웬만한 직장인보다 낫다.


기온이 떨어지는 성수기엔 월 매출이 1천3백만원까지 올라간다.


여름철 비성수기때도 월 5백만~7백만원대 매출은 거뜬하다.


요즘들어 옥션에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가격경쟁이 심해지는 등 시장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다.


중국산 저가 가발도 판을 친다.


하지만 인터넷 가발시장에서 조씨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여러 인터넷쇼핑몰들의 입점문의가 쇄도하고 있을 정도다.


그동안 쌓아온 판매 노하우에다 공장직거래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씨는 지난 99년 직장생활을 접고 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에 8평짜리 점포를 열었다.


평소 취미삼아 배워뒀던 선물포장 및 머리핀 제조 기술을 활용,머리핀이나 리본 등을 직접 만들어 팔았다.


이대 앞의 유동 인구 덕분에 점포 안은 항상 고객들로 꽉 찼다.


그러나 머리핀이나 리본이 1만원 안팎의 저가품들이어서 매출이 일정 수준에 이른 후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고가인 패션가발을 판매 품목에 추가한 것은 그 대응책이었다.


"처음엔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한쪽 구석에 가발을 전시했는데 여대생들 사이에 의외로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조씨는 지난해 2월께 점포 문을 닫았다.


경기가 예전같지 않았고 임대료 인상문제를 놓고 점포 소유자와 자주 마찰을 빚자 폐점을 결심한 것이다.


이후 몇달 동안 사업 구상을 했지만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옥션에서 쇼핑을 하게 된 것이 '제2 창업'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직접 쇼핑을 해보니 편의성과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인터넷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씨는 점포 정리 후 남아있던 머리핀과 리본을 시범삼아 옥션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갈수록 주문이 늘자 조씨는 지난해 5월께 옥션에 '카라(ID:hmcalla99)'란 브랜드로 가발 판매를 본격 시작했다.


그는 4년 정도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이미 제품 조달 루트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성공하려면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조달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남대문시장의 상가를 샅샅이 뒤지며 값싸고 좋은 제품을 파는 가발판매상을 찾아다녔다.


발품을 팔며 거래처가 늘자 자연스럽게 가발공장 사장들과도 안면을 틀 수 있었다.


조씨는 현재 판매 가발의 50% 이상을 직거래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공장들과 직거래를 트면 제품도 싸게 살 뿐만 아니라 원하는 스타일의 제품을 경쟁자보다 빨리 확보할 수 있어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가발도 패션상품이어서 유행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조씨는 인기드라마 쇼프로 등을 꼼꼼히 체크하며 감각을 익힌다.


최근엔 배용준의 '바람머리' 가발을 남보다 한 발 앞서 출시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 제품은 일본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구매는 모니터상의 제품 이미지가 중요하다.


조씨는 오랜 판매 경험상 가발 앞모습은 마네킹을 모델로,옆모습은 사람모델을 쓴다.


최대한 예쁜 모습을 연출하되 옆모습은 사람모델을 써야 반품이 적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반품된 상품은 재판매하지 않는다는 게 조씨의 신조."머리에 쓰는 것은 속옷과 똑같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습니까."


조씨는 단골손님을 기억했다가 반품된 물건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과거 머리핀을 만들던 기술을 살려 가발 구매자에게 어울리는 머리핀을 서비스상품으로 끼워주는 것도 조씨만의 단골 확보 전략이다.


그는 앞으로 여타 인터넷쇼핑몰에도 입점해 인터넷 가발 판매 사업을 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