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끝난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애니카 소렌스탐과의 타수차가 무려 33타.올시즌 드라이빙 정확도는 60.2%로 투어랭킹 1백55위.' 미국LPGA투어의 톱랭커였던 박세리(27·CJ·테일러메이드)의 '슬럼프'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박세리가 지난 99년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가 현재는 1백75위로 급락한 데이비드 듀발(미국)과 미국LPGA투어 최강자로 군림하다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해버린 캐리 웹(호주)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겉으로 드러난 박세리의 문제는 드라이버샷 난조다. 박세리는 이번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친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 떨군 게 절반도 안됐다. 드라이버샷이 흔들리면서 불안감이 가중됐고 아이언샷·퍼트 등 모든 샷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이버샷 난조가 문제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정확한 원인을 박세리 본인도 잘 알지 못한다. 박세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괴로워할 정도. 박세리와 듀발,웹 등은 모두 고대하던 목표를 달성한 뒤 추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듀발은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한 뒤 슬럼프를 겪기 시작했고,웹도 '슈퍼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하강곡선을 그렸다. 박세리는 올 초 명예의 전당 가입 요건을 충족하면서 슬럼프로 빠져들었다. 듀발과 웹의 슬럼프가 2∼3년간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박세리도 쉽게 슬럼프에서 탈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골프연습에 매달리기보다 장기간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세리는 대회에 나서지 않은 지난 1개월여 동안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고 올랜도에서 맹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리는 또 나이(만 27세)도 찬 만큼 소렌스탐처럼 결혼을 해 가정을 꾸미고 난 뒤 인생의 한 부분으로 골프를 즐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