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은행 수시입출금식예금(MMDA),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단기 금융상품에는 대기업의 여유 자금이 쇄도하고 있다. 설비투자 등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대기업의 자금도 부동화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9월부터 지난 12일까지 국민 하나 신한 외환 조흥 제일 기업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기업 MMDA 잔액은 3조4천2백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국민 1조8천2백억원,신한 6천3백억원,외환 5천9백억원,제일 1천3백억원,조흥 1천억원,하나 7백억원,기업 8백억원 등이다. MMDA와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돈을 찾을 수 있는 투신사 MMF에도 법인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투신사 MMF 잔액은 9월 이후 지난 12일까지 5조8천억원 증가했다. 협회 관계자는 "MMF 고객의 80% 정도가 법인자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여 동안 4조원 이상의 기업자금이 MMF로 들어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계는 이처럼 기업자금이 초단기 금융상품에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은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들이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면서 잉여자금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MMDA 등 요구불예금으로 유입되고 있는 기업자금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늘고 있다"면서 "설비투자 위축으로 대기업의 자금수요가 줄어들면서 잉여 자금이 넘쳐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