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대형 할인점인 프랑스의 까르푸가 일본 시장을 만만히 보다가 큰코 다쳤다. 대다수 외국 기업들처럼 현지 기업들과 손잡고 사업을 펼쳤더라면 시장 진출 4년 만에 일본 시장에서 철수하는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일본 사업 철수를 결정한 까르푸의 사례는 다국적 기업이 일본에서 현지 기업과의 제휴없이 독자 사업을 펼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 2000년 독자적으로 일본에 진출한 까르푸는 다른 나라에서의 경험만 믿고 독자적인 매출전략을 구사하며 시장 확장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일본에서 제휴회사 없이 홀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까르푸는 당초 2003년 말까지 일본 내 지점을 13개로 확장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8개의 지점만을 늘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실패 원인은 현지 제휴사가 없어 일본 시장과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데 있다. 까르푸가 오픈했을 때 일본 소비자들은 다양한 프랑스 식품이 제공될 것으로 잔뜩 기대했으나,정작 까르푸에는 다른 상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일본 식품들만이 가득했다. 까르푸는 일본 소비자들의 특성에 맞는 내부 인테리어도 갖추지 못했다. 일본인들은 쇼핑시 빌딩 5∼6개 층에 걸쳐 종류별로 상품이 진열되고,층마다 계산 카운터가 있는 매장 형태를 선호한다. 하지만 까르푸는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방식 그대로 1개층 넓은 공간에 상품을 대규모로 배열해 놓았다. 제휴사가 없었던 점은 신규 점포 개설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건물을 지을 땅을 제 때 구입하지 못해 사업확장에 고충을 겪었다. AT커니 컨설팅의 데이비드 마라 컨설턴트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부동산을 매입하고 영업망을 확충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매우 복잡하다"며 "독자적으로 영업망 확충에 나섰던 까르푸는 현실의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쟁 업체인 미국의 월마트와 영국의 테스코는 일본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한 현지화에 성공을 거뒀다. 월마트는 일본 소매 업체인 세이유의 지분을 인수해 협력관계를 맺었고,테스코도 편의점 운영업체인 C2네트웍스를 사들여 견실한 영업망을 구축했다. 미국의 커피전문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의류·가구 업체인 사자비와 제휴를 맺어 성공한 케이스다. 고가의 명품만을 취급하는 사자비의 이미지가 스타벅스 체인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소매점 확보도 훨씬 수월했던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쿠트살로만의 데이비드 하마티 애널리스트는 "현지 제휴 업체 없이 일본의 까다로운 소비자와 시장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까르푸의 실패 요인을 분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