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학번'인 대학교 1학년생 정민철군은 운동이나 독서엔 영 취미가 없다.


여동생과 함께 PC 게임을 하는 게 유일한 취미다.


어릴 적부터 '스타크래프트' 광이었던 그는 여전히 '스타크'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즐기기도 하고 3차원 슈팅게임도 하지만 솔직히 얼마전부턴 좀 지겨워졌다.


그러던 중 친구들로부터 가정용으로 나온 '가상현실 게임'을 추천받았다.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보니 "번지점프를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눈에 확 띄었다.


간단한 소형 디스플레이 장치인 버추얼 망막장치와 미니CD형태의 게임 타이틀만 사면 PC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재빨리 '구매' 버튼을 눌렀다.


한시간 뒤 주문한 상품이 집으로 배달됐다.


PC에 망막장치를 연결하고 CD를 넣었더니 갑자기 뉴질랜드의 계곡에 와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조교가 다양한 장소들을 제시한다.


그중 퀸스타운의 카와라우 다리를 머릿속에 떠올리니 화면이 바뀌면서 어느새 번지점프대 위에 서있었다.


뒤에서 조교가 "하나,둘,셋" 구호를 외친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조금 망설이다 용기를 내 뛰어내리니 바람이 얼굴을 가르며 지나가고 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차가운 물이 피부를 잠시 때리더니 다시 몸이 솟구쳐 올라 카와라우 주변의 풍경이 펼쳐진다.


◆가상현실 세상이 도래한다=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란 컴퓨터를 이용해 구축한 가상 공간내에서 시각.청각.촉각 등 인간 오감의 상호작용을 통해 마치 실제처럼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다.


현재의 가상현실 기술은 실험실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3차원 그래픽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가상 캐릭터가 고도로 지능화.입체화될 전망이다.


뇌파나 근전도와 같은 생체신호를 이용한 인터페이스의 개발로 가상 현실내에서 생체반응을 모니터링할수도 있다.


헬맷이나 안경처럼 몸에 간단히 부착하거나 옷처럼 입을 수 있는 각종 가상현실 입출력 장치도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상현실이 의료 교육 등 산업영역 뿐 아니라 가정으로 파고들게 된다.


유.무선 통신 인프라의 발달로 손쉽게 원하는 레저 활동을 위한 콘텐츠를 구해 안방에서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만약 레저활동으로 번지점프를 하고 싶으면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뉴질랜드 계곡 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파리 에펠탑 등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영화를 볼 때는 쌍방향 가상 시뮬레이터를 이용하면 영화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심지어 스포츠도 가상의 장소와 관중,상대방을 선택해 즐기면서 실제와 같은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한국은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가상현실의 기반 기술인 3차원 컴퓨터그래픽(CG),분산처리와 네트워킹 기술,인터페이스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해왔다.


응용 영역으로는 의료와 레저 분야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와 온라인게임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가상현실 게임에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3차원 디스플레이나 촉각 기술,생체인터페이스 등의 분야에서 고난이도의 관련 기술을 먼저 확보해야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디지털콘텐츠연구단의 손욱호 팀장은 "시뮬레이터 등 디지털 기기들이 점차 작아지고 저렴해지면서 온라인게임 영화 등 홈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가상현실 기술을 적극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인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