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돈줄이 막혀있다. 산업발전의 파이프라인이라는 금융시장이 문을 꽉 닫아 버렸기 때문이다. 은행은 돈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보수적 운용으로 일관하고,자본시장의 뿌리인 증시는 돈 가뭄으로 쩍쩍 갈라지고있다. 1금융권과 2금융권간의 비대칭적 발전의 결과가 '돈맥경화'의 주범이 된 셈이다. 금융산업은 이제 재편돼야 할 시점에 이르렀으며 그 초점은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간의 균형발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사실 1금융권과 2금융권의 비대칭 성장은 외환위기 이후 보다 심화되고 있다. 2001년 은행과 비은행간 자산 비중은 50.3% 대 49.7%로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은행 비중은 58.6%로 확대됐고 비은행권은 41.4%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은행 자금이 산업 발전의 에너지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자산운용 자금 중 기업대출 비중이 2000년 30.6%에서 지난해 말에는 27%대로 떨어진 게 단적인 예다. 자연히 중소기업의 70% 이상이 사장이나 임원의 개인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만 오면 (기업 사정 악화) 우산(대출)을 빼앗는다"(이헌재 경제부총리) "은행이 기업 등을 치고 있다"(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며 금융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포화를 던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반면 2금융권은 빈사 상태다. 증시 침체로 기업들의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올 상반기 4조1천8백36억원으로 지난 한 해(11조1천1백68억원)의 3분의 1을 간신히 넘었다. 경제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금융산업 재편을 통해 '은행 공화국'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한때 우리 금융산업의 모범답안 격이었던 일본이 금융산업의 발전적 재편작업에 돌입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저축' 도구 수준을 벗어나 '투자' 기능으로 금융산업을 전환하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전세계 금융가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투자은행이 월가를 이끌며 기업들의 자금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는 미국의 금융산업이 관심을 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1,제2금융권이란 말이 사라져야 돈의 물꼬가 기업으로 향하게 된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