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수경기를 지탱해 온 고소득층의 소비심리마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이 3%대로 뚝 떨어질 것이라는 일부 연구기관들의 전망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앞으로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가구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소비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월소득 3백만원 이상 상위 소득계층이 향후 경기를 더욱 어둡게 보고 있으며,소비에 가장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높이고 있다. ◆고소득층이 더욱 비관적 향후 1년 동안 소득의 증감 가능성을 나타내는 가계수입전망 CSI는 전체적으로 전분기보다 3포인트 하락한 87을 기록했다. 월소득 1백만원 이상∼2백만원 미만(86→87)을 제외한 계층 모두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이 전분기보다 늘었다. 특히 3백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전분기 99에서 91로 8포인트나 하락,경기 침체에 따른 가처분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고소득층은 향후 경기전망 CSI도 전분기 64에서 62로 하락하는 등 다른 계층보다 경기를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비관적인 경기전망에다 가처분 소득 축소 추세를 반영,이들 고소득층의 향후 6개월 소비지출전망 CSI도 전분기보다 6포인트 하락한 103으로 다른 층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다만 소득 1백만∼2백만원 계층의 경기전망 CSI(66)는 2포인트 높아졌고 2백만∼3백만원 계층에서도 4포인트 높아진 68을 기록,일부 계층의 체감경기가 개선되는 조짐도 나타났다. ◆교육비도 줄인다 소비지출은 항목별로 의료보건비를 제외하고는 전분기에 비해 CSI가 대부분 하락했다. 특히 교육비 CSI는 전분기보다 3포인트 하락한 106을 기록하며 98년 4분기에 9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분기 이후 2분기 연속 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늘어난 것. 또 여행비 CSI는 전분기 95에서 81로 14포인트 급락했고 외식비 CSI도 87에서 80으로 7포인트나 떨어져 내수 관련 업종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밖에 승용차와 부동산 구매계획을 갖고 있는 가구는 각각 전체의 3%와 6%로 전달과 같은 수준에 그쳤다. ◆연구소 전망도 회의적 이 같은 체감경기를 반영하듯 각 연구소들은 잇따라 내년 경제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민간소비(3.2%)와 설비투자(2.7%)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성장률은 3.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고,LG경제연구원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이 각각 2.0%와 4.6%에 그치면서 성장률이 4.1%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내년 내수경기가 정부 예상처럼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내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건설투자 증가율이 극히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밖에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6%로 낮춘 데 이어 모건스탠리(3.8%) 씨티그룹(4.5%) 등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률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