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음달 1일로 신중국 건설 55주년을맞는다. 중국 정부는 1949년 혁명 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이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을 선포한 이 날을 국경일로 정해 기념해오고 있다. 올해는 열병식과 불꽃놀이를 하지 않고 간소하게 행사를 치르기로 했지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명실상부한 제4세대 지도부가 탄생하고 처음 맞는 건국 기념일의 의미는 새롭다. 신중국은 마오쩌둥에서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그리고 후진타오로이어지는 세대변화를 거치면서 국가의 지도이념이 달라져 왔다.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중국 사회에 적합하게 적용한 마오쩌둥 사상은 계급모순을극복하기 위해 일으킨 문화대혁명으로 혼란을 겪은 뒤 실사구시의 이념을 앞세운 덩샤오핑에 의해 중국식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일대 변혁을 겪었다. '흑묘백묘(黑猫白猫)론'으로 대변되는 그의 실용주의 정신은 장쩌민에 의해 계승되면서 `3개대표론(三個代表)론'으로 발전했고, 그에 이어 최근 21세기를 이끌 실무형 지도자 후진타오의 시대가 열렸다. 중국 공산당 16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16기 4중전회)에서 장쩌민으로부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넘겨받음으로써 최고의 실권자로 우뚝 선 후진타오 앞에 중화 부활이라는 명제가 던져졌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ㆍ개방정책을 편 이래 중국은 연평균 두 자리 수의 성장이라는 엄청난 경제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전체 구매력으로 따져 미국 다음 가는 경제대국으로 자리잡은 중국은 이제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고 나아가 미국과 전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처하는 중국은 이를 밑바탕으로 삼아 1840년 아편전쟁패배로 무너진 중화사상을 되살리려는 꿈을 서서히 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 등의 호재는 중국 경제의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중국 자신도 10년 단위로 경제 규모를 배로 키워 2020년에는 2000년의 4배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199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에서 제기된 바 있는 '중국 위협론'이 현실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주목된다. 미국은 중국을 잠재적인 최대의 위협대상으로 보고 있고 중국은 미국을 언젠가는 따라잡아야 할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양국간 마찰의 가장 큰 원인은 대만문제와 인권문제로 압축된다. 양국은 이런문제 외에도 국제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과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려면 경제 발전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두 나라의 관계는 전면적인 대립을 자제하는 선에서 국가 이익에 따라 협력과 갈등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최강의 지위를 향해 뛰고 있다는 점이다.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가 속한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침략전쟁으로 표현되는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을 포함, 중국은 동아시아의 경쟁국 일본을 향해 끊임없이 견제타를 날리고 있다. 최근 양국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주변국들을 속국화하면서 패권을 행사했던 중국이 다시 동아시아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새로운 중화 질서를 형성한다면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중화 패권의 야망이 녹아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이 고구려사 왜곡이라는 돌출변수로 주춤하고 있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다시 우리를 위협해 올지 신중국 건설 55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새롭게 돌아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