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산하 11개국이 원유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올해 3백조원을 돌파,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걸프만 6개 산유국은 향후 3년간 각종 사회시설투자에 2천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KOTRA가 내놓은 전망치(중동 전역 10년간 3천7백억달러)보다 훨씬 큰 중동 특수가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오일머니 사상 최고=미국 에너지부는 OPEC이 2003년에서 2005년까지 3년간 원유수출로 총 7천9백40억달러(약 9백11조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했다. 올 한 해 수입은 2천8백64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9% 늘어난다. 그러나 이 분석은 6월 유가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어서 실제 올해 수입은 3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현재 OPEC 기준 유가는 배럴당 41.75달러로 6월보다 23%나 더 올랐다. 민간연구소 에너지인포메이션이 예상하는 OPEC 회원국의 올해 원유 수입은 3천6백억달러다. 러시아도 올해 지난해보다 23% 늘어난 7백50억달러어치 원유를 수출,1990년 이래 사상 최대의 오일머니를 만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디에 쓸까=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3일 국제금융연구소(IIF)의 전망을 인용,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바레인 등 걸프만 6개 산유국이 3년간 2천억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국가기간망에 거액을 투자하고도 돈이 남아 올해와 내년도에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7백억달러를 경상흑자로 기록할 전망이다. IIF는 이 돈으로 6개국이 2년간 총 8백억달러의 해외 자산을 매입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와 관련,이코노미스트지는 이들이 지금까지 주로 미국채를 사들였으나 최근 몇 년간 중동 이외 산유국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OPEC이 현재 갖고 있는 미국채는 4백40억달러로,2년 만에 80억달러나 줄었다. ◆국제금융시장의 복병될까=국제금융시장에서는 오일달러 급증이 반갑지만은 않다. 특히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지난 80년대 시장 교란 현상이 반복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오일달러를 대거 유치한 은행들은 후진국에 경쟁적으로 대출해줬고,후진국들이 당시 진 빚은 이자까지 붙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지는 물가가 그동안 크게 올랐고,세계 금융 시장 규모가 커져 이번에는 후유증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이 80년에 원유로 벌어들인 수입은 절대액으로는 지금과 비슷하지만 물가상승을 감안해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5천5백60억달러에 달했다.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와 비교하면 컸다. 그러나 지금은 오일달러가 국제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하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