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전체 경제규모에 비해 외국인투자, 대외투자규모가 부진한 금융개방 후진국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외투자잔액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을 빼면 대외투자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 유치도 부진합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3년말 국제투자대조표(IIP) 편제결과'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투자잔액은 2556억달러로 한해동안 481억달러 증가했지만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339억달러를 빼면 실제 증가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잔액은 3435억달러로 634억달러 늘어났는데 대부분 주식 매입과 주가상승으로 인한 평가차익으로 순국제투자(대외투자-외국인투자) 잔액이 (-)869억달러를 기록해 감소규모가 지난해말에 비해 153억달러 확대됐습니다. 보통 수출 호조로 경상흑자가 나면 해외투자가 늘어나 순국제투자가 (+)를 보이는게 정상이나 지난해 123억달러의 경상흑자에도 불구하고 (-)가 확대됐는데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외국인 보유주식 평가액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채권이 대외채무를 크게 능가하는 순채권국이나 주식투자와 직접투자까지 포함하면 아직은 투자를 하기보다는 받는 나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금융개방도 역시 낮아 외환보유액을 빼면 대외투자는 형편없는데 대외투자와 외국인투자잔액 합계가 명목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즉 금융개방도는 지난해말 99.1%로 IMF에 국제투자대조표 편제결과를 보고하는 나라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주요 국가를 살펴보면 홍콩 1231.5%, 싱가포르 903.4%, 미국 168.7%, 일본 129.1% 등 우리에 비하면 훨씬 높은 금융개방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외투자와 외국인투자잔액 합계는 6000억달러 정도로 미국의 3% 수준에 못미치고 일본의 10.7% 수준에 불과합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외투자는 외환보유액을 빼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 국내자금의 해외유출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데다 기업들이 해외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술력이나 적응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민간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는 환위험 헤지수단이 없어 사실상 해외투자를 생각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금융환경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들은 채권은 거의 관심없고 주식만 사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국내투자규모는 명목 GDP의 56.7% 수준으로 홍콩의 435%, 싱가포르의 410%에 비교도 안되며 절대금액도 적은 수준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외국인 증권투자잔액은 1691억달러로 전체 투자잔액의 절반인데 이중 1200억달러가 주식자금이고 채권자금은 490억달러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투자는 직접투자나 주식투자 등 대부분 지분성 투자이며 채권투자는 거의 없는 상황으로 외국인이 들어올만큼 채권시장이 크지 않은데다 외국인이 매력을 느낄만한 신용도 높은 채권이 많은 편도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차희건기자 hgch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