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유영철(34)씨가 21일 2차 공판에서 자신이 죽인 피해자가 31명이라고 주장하고 경찰에서 허위진술을 회유당했다며 출석 거부의사를 거듭 밝혀 향후 재판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유씨가 "경찰과 검찰은 물론, 재판부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재판부를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법정 난동까지 부려 재판 절차가 상당한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유씨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변호인이 "피고인이 그간 주장한대로 25명을 죽인 것이 맞느냐"고 묻자 "자꾸 숫자 이야기를 하시는데 제가 죽인 사람은 31명"이라며 기존 진술을 돌연 번복했다. 유씨 주장의 진위 여부가 불투명하나 현재 21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여서 검찰로서는 추가조사를 통해 유씨 주장의 사실여부를 확인한 뒤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유씨는 특히 경찰 수사단계에서 "이문동 사건을 시인하면 아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보장해주겠다고 해 허위진술했다"며 당시 자신을 회유한 경찰 간부까지 직접거론하고 나섰다. 이는 이문동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 아니라고 처음 공개 부인한 것으로 재판을 유리하게 끌기 위한 `허위 진술'인지 여부를 명확히 가리기 힘든게 현실. 유씨가 거론한 경찰간부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문책을 받고 인사조치된 간부여서 경찰이 유씨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지 여부도 또다른 관심사다. 경찰로서는 서울 시내에 빈발했던 강력사건에 대한 불안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미제사건을 유씨에게 몰아 갔던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유씨는 이문동 사건은 자신의 범행이 아닌 만큼 공소사실에서 제외하면 그 외의 범행은 모두 시인하겠다는 입장. 유씨는 "경찰은 회유를 통해 허위자백을 유도했고 검찰은 별다른 증거조사도 하지 않고 경찰 수사내용만 그대로 발표했을 뿐"이라며 경찰과 검찰에 `부실 수사' 의혹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정에서 증거목록을 상세히 진술하며 "피고인의 자백내용은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일 뿐 아니라 범행현장의 족적, 국과수 감식결과, 객관적 정황 등과 일치한다"며 공소사실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의 말이 맞다면 유씨의 주장은 근거가 희박한 유씨만의 '주장'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유씨가 "이문동 사건의 진범이 어디선가 웃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검찰이나 경찰로서도 찜찜한 대목일 뿐 아니라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수사기관으로서는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편 이날 '돌발사건'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재판부는 일단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강력범임에도 그간 포승줄 없이 수갑만 찬 채 재판을 받아왔던 유씨에 대해 향후 재판부가 어떤 신체적 제한조치를 가할지 여부와 재판거부 의사를 고집하며 극단적 행동을 표출한 유씨에 대한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지도 관심이다. 유씨에 대한 `사형'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무료변론을 자처하고 나선 변호인 입장에서도 이날 돌발행동은 또다른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