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단체의 정치후원금 제공 허용 여부를 놓고 경제계가 21일 논란을 벌였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이날 국회에서 개최한 '정치자금 후원제도에 관한 공청회'에서다. 국회는 지난 3월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법인·단체의 정치 후원금 제공을 금지시켰다. 이 자리에서 한국무역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은 "보완책 마련을 전제로 정당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법인·단체 명의의 정치자금 제공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 제공은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공청회 진술인으로 참석한 오기현 한국무역협회 무역진흥본부장은 "제공한도 설정 및 세액공제 비율 확대,사후 관리 강화 등 보완 조치를 전제로 기업·단체 명의의 정치자금 제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국가들은 기업·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고 있고 미국 일본은 불허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은 정치활동위원회(PAC),일본은 정당 지부를 통해 각각 기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특히 기업이 입법활동에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국식 '로비스트 등록제' 도입을 주장했다. 후원금 제공 찬성론자들은 '현실'을 지적했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개정 정치자금법은 투명성 측면에선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자금의 상당 부분을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치현실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또다른 편법과 불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법이 엄격하더라도 기업이 정치권의 요구를 거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국성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법인의 정치자금 제공을 허용할 경우엔 불법 정치자금 제공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고,이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는 또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해 기업과 정치권의 접촉을 법적으로 차단해야 정치자금을 매개로 한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돈 거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 상무는 대신 △돈이 적게 드는 미디어 선거 △의원들 정책개발비의 국고지원 확대 △소액다수에 의한 기부문화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서병수 의원도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을 금지했는데,제대로 시행해 보지도 않고 다시 법을 바꾸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동조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