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린가스 원료 70여t 태국서 북송(北送직전 회수', `국산 사린가스 원료 북한에 팔릴 뻔했다' 이것들은 한 국내업체가 태국에 수출한 시안화나트륨(NaCN, sodium cyanide) 70여t이 북한의 조선금강무역에 재수출되는 과정에서 현지 수사당국에 의해 제지된 사건과 관련해 지난 18일자 국내 일부 신문들이 1면 머리기사에 붙인 제목들이다. 그러나 확인결과 시안화나트륨은 화학무기용으로 사용되는 신경작용제 중 하나인 `사린'(Isopropylmethylphosphonofluoridate)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방부 소속 화생방 담당 당국에 따르면, 신경작용제 중 하나인 `사린'은불화소다(NaF) 삼염화인(PCl3) 이소프로필알코올(C3H7OH)을 주원료로 해서 만들어지며, 문제의 시안화나트륨(NaCN)과는 전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시안화나트륨을 산에 의해 분해하면 쉽게 독성이 강한 시안화수소(HCN)를 얻을수 있으며, 이 것은 화학무기용 혈액작용제의 대표적인 독가스라는 것. 군 당국의 한 화학무기 전문가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시안화나트륨을 이용해서는 혈액작용제를 만들지, 신경작용제 중 하나인 사린가스를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시안화수소는 그 자체가 독가스이며 사린가스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시안화나트륨은 신경작용제 중 또 다른 하나인 `타분'을 만드는데는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군 전문가도 "시안화나트륨은 화학구조상 사린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고 독일이 2차 대전때 만든 신경작용제인 타분(GA)의 원료물질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안화나트륨은 주로 AC, CK 계열의 혈액작용제를 만드는 원료이며 수많은 단계의 화학작용을 거치면 모르겠지만 사린의 직접적인 원료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정한 서울대 교수(농화학 전공)는 "사린보다 먼저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타분의 경우에도 시안화나트륨에 포함돼 있는 `시안'(CN)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독성을 내는 중심 물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독성 측면에서는 신경작용제인 사린이 혈액작용제인 시안화수소에 비해 훨씬 강하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린가스 소동'은 무지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끝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 소동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지난 17일 국회 예결위에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문제의 시안화나트륨의 북송 실패 사건을 거론하면서 `사린가스의 원료'라고 직접 언급했고, 이 내용을 국내 주요 언론들이 확인하지 않은 채 크게 보도를 함으로써 실제 이상으로 사건이 증폭되는 양상을 빚게 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조계창 기자 lye@yna.co.kr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