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남부의 소도시 원저우(溫州).사람은 많고 땅은 좁고 천연자원도 없는데 재해가 빈번해 농업마저 하기 어려운 빈촌.이곳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고픈 배를 움켜안고 강한 의지로 생존력을 키우는 것밖에 없었다.


결국 이들은 고향을 등지고 떠돌이 장사꾼이 되었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 하며 차곡차곡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장사 수완이 뛰어난 데다 남다른 비즈니스 감각을 발휘하며 중국 각지를 누비는 이들이 바로 동양의 유태인이라고 불리는 원저우 상인들이다.


'거상'(쟈구어씨·장쥔링 지음,김태성 옮김,더난출판)은 이들이 어떻게 중국의 상권을 장악하고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지를 9가지 키워드로 조명한 책.그들의 상도와 상술 등 비즈니스 유전자를 판독할 수 있는 렌즈다.


가장 돋보이는 덕목은 '자생-자신의 운명과 미래는 스스로 개척한다'.이들은 '내가 벌 돈은 내 손과 발이 안다'며 창업을 최고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혜안-정확한 정세와 시장흐름을 읽는다'와 '선점-한발 앞서 공략한다'는 경영전략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공생-대동하여 공동이익을 추구한다' '확장-장사 수완을 발휘해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은 연대와 사업 다각화의 밑거름이다.


'분투-힘을 다해 진정한 상인이 된다' '소상-작은 상품으로 큰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은 선택과 집중의 이치와 맞닿는다.


'실용-관습보다 실리추구' '융통-한 길을 어두워질 때까지 달려서는 안된다'도 상황판단 능력과 유연한 대처법의 영원한 섭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4백76쪽,2만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