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갈등과 이념갈등이 증폭되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위협당합니다.날개 없는 추락은 막아야 할 것 아닙니까."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교수로서 행정수도 이전과 친일 청산,보안법 철폐 등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개혁'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2002년 9월부터 서강대 경제대학원 고문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경제대학원의 경제·법조·언론계 인사 대상 '오피니언 리더스 프로그램(OLP)' 개강식이 열린 지난 10일 진 교수는 '한국 경제의 비전과 우리의 선택'이란 주제의 특강을 통해 "국가 경영에도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개혁을 위한 개혁'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개혁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며 지나친 개혁으로 인한 지역·계층·세대·이념간 갈등의 증폭은 날개 없는 추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지역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상생과 통합의 논리를 개발,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20년 뒤 동북아 정세를 분석할 때 행정수도를 남쪽으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서울 집값이 떨어지니까 반대한다는 야당의 논리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당은 행정수도 이전을 고집하지 말아야 하고,야당은 △서울대 지방 이전 △기술도시·산업도시 육성 등 지역 균형발전에 적극 협조하는 선에서 합의하면 될 것이라며 진 교수는 해법을 제시했다.


친일 청산과 보안법 철폐를 둘러싼 여야 갈등에 대해 진 교수는 "세계가 숨막히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이게 정말 급한 문제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보안법 철폐를) 하기는 하되 시간을 갖고 하자는 식으로 협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경영의 우선순위를 생각하지 않고 이념갈등만 계속하면 (우리 경제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며 "나중에 후회하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다시 한번 경고했다.


강의시간 내내 "안타깝다" "답답하다" "속 터진다"는 말로 심정을 털어놓은 진 교수는 "여야 할 것 없이 386세대와 함께 세대갈등·이념갈등과 국가 경영의 우선순위에 대해 토론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