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피지 출신의 비제이 싱(41)이 타이거 우즈(28·미국)의 '5년 독주'체제를 무너뜨리고 세계남자골프 정상에 올랐다.


싱은 7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TPC(파71)에서 끝난 미PGA투어 도이체방크챔피언십(총상금 5백만달러)에서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백68타를 기록,13언더파 2백71타의 우즈를 3타차 공동 2위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안았다.


1963년생인 싱은 비행기 기술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어깨너머로 골프를 배웠다.


톰 와이스코프를 스윙모델로 삼았다고는 하나 거의 '독학'을 하다시피했다.


82년 프로 데뷔 이후 아시안투어에 발을 디뎠지만 대회 출전 경비가 없어 아는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더구나 경기 도중 속임수를 썼다는 의심을 받아 투어에서 쫓겨나는 아픔까지 겪었다.


그러던 싱의 골프인생은 84년 말레이시아PGA챔피언십에서 프로 첫승을 올리면서 볕이 들기 시작했다.


유럽투어 우승을 쌓은 후 만 30세가 되던 93년 꿈에 그리던 미PGA투어에 발을 디뎠다.


데뷔 첫해 상금랭킹 19위에 올라 신인왕에 뽑혔다.


하지만 피부색과 인구 80만명의 작은 섬나라 출신이라는 사실,과묵하면서도 때로는 공격적인 언행 등으로 따돌림당하기 일쑤였다.


싱은 이를 악물고 연습에만 몰두했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살다시피했다.


그런 싱에게 '연습벌레''워크홀릭'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2000년 마스터스 우승을 계기로 세계랭킹 '톱10'에 자리잡은 싱은 3백야드를 웃도는 장타력과 정교한 아이언샷에 비해 퍼트가 불안해 결정적 순간에 우승권에서 멀어지곤 했다.


그러던중 복부에 그립 끝을 댄채 스트로크하는 '벨리(belly) 퍼터'를 사용하기 시작한 2001년부터 경기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싱은 이에 힘입어 작년 우즈의 상금왕 5연패를 저지하면서 미PGA투어 상금랭킹 1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6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