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경영권위기에 처해있다. 50대 우량 상장사(시가총액 기준)중 26%인 13개사가 이미 50% 이상의 주식을 외국인에 내줬다. 상장기업 10곳중 2곳은 외국인 때문에 경영권 위협을 받고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8월말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78%.회사에서 보관하는 자사주 9%를 빼면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주식비중은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신한지주와 하나은행도 외국인 지분율이 65%에 달한다. 은행뿐만이 아니다. 포스코는 70%,SK(주)는 60%,삼성전자 현대차 LG필립스LCD 등도 50% 이상의 지분을 외국인이 갖고있다. SK텔레콤KT는 외국인 지분한도(49%)가 꽉 찼다. 외국인이 마음만 먹으면 주주총회에서 거의 모든 안건을 좌지우지 할수있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SK(주)가 단적인 예다. 유럽게 소버린자산운용이 올 초 15%도 안되는 지분으로 기존 경영진과 맞서 표 대결까지 벌인 곳도 따지고 보면 '외국인 우호세력'을 등에 업은 결과다. SK(주)처럼 드러나진 않았지만 경영권 방어로 '마음고생'을 하는 곳이 적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2백대 상장기업의 18.2%가 "외국인 때문에 경영권 위협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실제 외국인이 5% 넘게 지분투자한 상장사는 작년말 1백26개사에서 올 상반기말에는 1백49개로 불어났다. 외국인이 2대주주인 기업만도 1백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믿고 의지할 기관이 없어 경영권을 독자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호 출자제한,금융 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으로 손발이 묶인데다 기관은 '백기사'(우호세력)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상장사들이 올 상반기 장사로 번 돈(20조5천억원,12월결산법인 기준) 가운데 18%에 달하는 3조6천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을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기업 한 재무담당 임원은 "수조원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외국계 펀드와 맞서 경영권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 설비투자는 뒷전으로 밀려날수 밖에 없다"며 "기관이 방파제 역할을 못하는한 외국인의 존재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