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나온 '웹아트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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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사이트 상에서 주로 활동해 온 웹아트 그룹인 장영혜중공업이 오프라인인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첫 미술관 전시를 갖고 있다.
웹아트 작업인 '문을 부숴!(Bust Down the Door!)' 연작과 로댕갤러리에 영구 전시돼 있는 로댕의 '지옥의 문'을 패러디한 '지옥의 문' 등 설치작품 3점을 출품했다.
장영혜중공업은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웹아트 그룹이다.
1999년 서울에서 장영혜와 마크 보주 2인이 결성한 이 그룹은 무게를 싣고 싶어 중공업(Heavy Industries)이란 독특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99년 발표한 몇 편의 삼성 프로젝트로 주목을 끈 후 웹아트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웨비 어워드'에서 2000년과 2001년 잇달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에 참가하기도 했다.
장영혜중공업은 플래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움직이는 텍스트에 음악을 입히는 등 인터넷을 근간으로 음악 미술 문학을 통합하는 예술을 지향한다.
웹아트는 일반적으로 관객과 작가간의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나 이 그룹은 상호 작용이나 하이퍼 링크 같은 특성을 철저히 무시한다.
'인터넷의 정수는 텍스트'라고 주장하며 관객에게 오히려 '일방적인 말하기'를 강요한다.
강한 비트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전시장 벽면을 채운 10개의 프로젝터를 통해 고딕 문자가 빠른 속도로 점멸하는 '문을 부숴!'는 어느날 익명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의 집을 문을 부수고 침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들에 의해 맨발로 끌려나와 총구 앞에 선 사람이 기억해내는 과거의 아름다웠던 한순간의 풍경은 한 편의 초현실주의 시처럼 기묘한 느낌을 준다.
1개의 대형 프로젝터를 통해 보여주는 두번째 '문을 부숴!'는 당신(You)이라는 사람이 나(I)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상황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에서 행해지는 집단에 의한 개인의 짓밟힘,집단주의의 비겁함에 대한 통렬한 비난이다.
'지옥의 문'은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한 지펠 인터넷냉장고 9대를 로댕갤러리 내에 설치된 로댕의 '지옥의 문'과 비슷한 높이로 쌓아올린 작품.인터넷 냉장고는 주방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접촉할 수 있도록 고안됐지만 냉장고에 부착된 인터넷은 가사노동이라는 지옥으로 안내하는 '문'이라는 게 장영혜중공업이 제기하는 질문이다.
10월31일까지.(02)2259-778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