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올 2분기 이후 미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것을 놓고 '소프트 패치(soft patch)'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소프트 패치란 일시적인 경기침체 현상으로 본격적인 경기하강 국면인 리세션(recession)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한 나라 경기가 소프트 패치냐 리세션이냐는 경제지표의 부진기간이 3개월로 판가름된다. 이 기준대로 한다면 최근 소프트 패치 논쟁이 리세션으로 악화되느냐 여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지난 2년동안 회복세를 지속해 왔던 미국경기가 최근 들어 주요 지표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2.8%로 당초 예상치인 4%를 크게 밑돌았다. 경기판단에서 중요한 고용창출건수도 7월에는 올 상반기 평균치에 비해 약 5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앞으로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선행지수도 크게 낮아졌다. 현 시점에서 미국경기의 소프트 패치 논쟁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경기순환 면에서 각국 경기의 앞날을 좌우할 수 있다. 유동성 면에서는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과 각국의 동반 금리인상 여부에 결정적인 요인이다. 증시 면에서도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상에 제3차 소상승기에 접어드느냐를 판가름할 변수다. 이 밖에 올 11월 선거에서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조지 부시냐 존 캐리냐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경기의 소프트 패치 논쟁은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 이 문제는 올 2·4분기 이후 미국경기가 부진한 요인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감(感)을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경기가 부진한 가장 큰 요인은 유가상승이다. 유가가 연초에 비해 10달러 이상 오름에 따라 미국 가계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5백억달러로 추정된다. 올해 감세에 따른 환급액이 5백억달러로 예상되는 만큼 결국 감세로 늘어난 가처분소득을 유가상승으로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미국경기를 둔화시킬 요인이 커지고 있는 점이다. 경기순환 요인으로는 올 6월말 이후 단행된 금리인상은 올해말을 기점으로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주력산업인 IT경기도 버블 붕괴 이후 미뤄왔던 설비교체투자가 올해말이면 일단락될 것으로 보여 내년에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구조적으로는 쌍둥이 적자가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최대 경기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어선 경상수지적자는 달러표시자산의 매력도를 떨어뜨려 자본이탈에 따른 역(逆)자산 효과가 우려된다. 올 회계연도에 5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재정적자도 구축(驅逐)효과를 통해 민간수요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유가 추이 역시 미국경기 앞날에 최대장애요인이다. 현 40달러대 이상의 유가 수준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 미국경제 성장률은 잠재수준에도 못미치는 2%대 이하로 떨어져 리세션 국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30달러대로 안정된다 하더라도 내년 미국경제 성장률은 3%대로 둔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기의 소프트 논쟁이 리세션 국면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미국경기가 그렇다. 미국경기의 둔화가능성은 우리 정책당국자에게 정책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외경제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때늦은 경기부양대책이 효과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