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외화송금에 대한 감시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자본의 해외유출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은 특히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증여성 송금'을 통해 불법유출이 많이 일어난다고 보고 이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내려보낸 '외화송금업무처리시 유의사항'의 내용 대부분이 증여성 송금에 할애돼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중점 감시대상 송금사례 금감원은 이 공문에서 중점 감시가 필요한 주요 송금 사례와 처리지침을 제시했다. 예를 들면 '해외거주 가족이나 친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국내로 송금한 자금을 해외로 재송금하는 경우'는 해당국가의 자금세탁방지법 등 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이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혐의거래보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또 '개인 또는 국내법인이 해외법인 앞으로 증여성 송금을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증여성 지급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해외직접투자나 금전대여가 아닌지 등을 철저히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개인이 해외에 개설된 본인명의의 외화예금계좌에 증여성 송금을 하는 경우엔 "해외예금거래에 해당하는지 등 송금사유를 철저히 확인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개인이 해외거주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증여성 송금을 하는 경우 '해외이주비'나 '재외동포 재산반출'에 해당하는지를 철저히 확인해 10만달러 초과시엔 자금출처확인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국세청에 통보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건당 1만달러 이하로 분산 송금하는 사례도 요주의 대상에 올랐다. 금감원은 △개인이 위임장 없이 여러 명의 주민등록증을 갖고 와 송금의뢰하는 경우 △회사가 다수의 직원 명의로 송금하는 경우 △하루 사이에 여러 명이 동일 수취인에게 송금하는 경우에는 송금사유,수취인과의 관계,자금원천 등을 물어보고 분산송금 원인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증여성 송금 유도하는 은행원은 문책 금감원은 "일부 금융회사 영업점에서 정당한 지급증빙서류를 받아야 하는 송금임을 알면서도 고객에게 증여성 송금 형식으로 보내도록 유도한 사례가 확인됐다"며 "이같은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경고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원들이 업무편의를 위해 증여성 송금을 유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해외여행경비를 증빙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증여성 송금으로 처리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며 특히 여행사의 단체여행경비 지급시 여행객 명단 등을 요구,실제 소요경비를 철저히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터넷을 이용한 해외송금은 송금자와 수취인의 관계 등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국세청 통보를 피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만큼 인터넷 송금 절차를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