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 기 소르망의 미국문명 비평서 'Made in USA'(민유기·조윤경 옮김,문학세계사,9천9백원)가 출간됐다. '미국 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9·11테러 3주년과 미국 대선(11월)을 앞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기 소르망은 '두 나라(한국과 프랑스)에서 반미주의는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데 이는 미국의 힘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제국주의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다'며 오늘날 지구상에서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미국산'인 만큼 감정적인 친미나 반미를 넘어 미국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우리의 위치도 보인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의 양대 축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공통된 신념의 이면에 있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라고 진단하며 올해 초 공연 때 CBS 텔레비전 채널을 통해 전국적으로 생중계된 흑인 여가수 재닛 잭슨의 가슴 노출 '사건'에 비춰 설명한다. 이 '사건'은 자유주의자들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격노를 초래했다는 것. '가슴 전쟁은 두 미국을 대립시킨 것이라기보다 실제 존재하는 하나의 미국과 1950년대에 순수했다고 추정되는 미국을 대립시킨다. 보수주의자들에게 있어 미래는 이러한 복원된 과거,되찾은 시대를 의미한다. 하지만 자유주의자들에게 있어 미래는 현재가 몰고 가는 모든 것을 포함한 현재라는 설명이다.' 그는 사회보조금과 소수인종 우대정책,이민정책 등에서도 대립적인 양 진영의 시각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 그 거울로 우리의 전통적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돕는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