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회계기준 위반 사건을 둘러싼 공방전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조사 및 결과 발표 과정에 의문점이 적지않게 남아있다는 지적이 회계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또 금감원 내부에서도 감리위원 사이 및 실무 부서간 의견 조율이 완전하게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증권선물위원회가 서둘러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국민은행 회계기준 위반 사건 조사를 "시장의 투명성 제고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우선 금감원 내부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반금액과 징계금액 차이

금감원은 국민카드가 처리해야 할 손실을 국민은행이 떠안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은행 손실이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의 설명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국민카드 합병과정에서 1조1백90억원을 손실처리하면 됐지만 변칙회계로 손실을 1조4천4백52억원으로 늘렸다.

그 차액인 4천2백62억원이 회계기준 위반금액인 셈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증선위 감리 결과 발표 때 국민은행의 회계기준 위반으로 인한 징계대상 금액을 3천96억원이라고 밝혔다.

그 차이인 1천1백66억원에 대해선 "외부주주 지분 초과 손실 항목으로 별도 기재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징계대상에서 제외했다"고만 해명했다.

◆법인세 부분은 발표문 누락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법인세 절감을 위해 회계기준을 어겼다고 밝혔다.

그 증거로 국민은행 내부 자료인 '국민카드 합병 절세전략'문건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회계기준 위반으로 인해 얻게 되는 법인세 효과가 3천1백6억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25일 증선위 감리 결과 발표문에는 전혀 없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법인세는 세율이 29.7%로 기업의 손익과 회계장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회계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증선위가 발표문에서 법인세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법인세는 국세청 소관사항이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반 여신 대손충당금 제외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규정 위반 사항에 회계기준 위반 외에 일반여신 대손충당금을 1천5백억원 덜 쌓은 내용도 있다고 공개했다.

이 건은 제재심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금감원 회계감독국 관계자는 "일반여신 대손충당금도 결국엔 은행 손익 및 회계장부에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당연히 증선위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며 "하지만 이번 국민은행 일반여신 대손충당금 건은 은행검사2국에서 회계감독국으로 넘어오지 않아 증선위에서 논의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금감원 내부에선 금융회사 일반여신 대손충당금의 과소적립 문제를 회계감독국이 다룰 경우 지적금액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은행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은행검사국에서 다룸으로써 국민은행과 금감원간 위반금액 조정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이 남게 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