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으로 소풍 간 아이들이 먼저 오르기 시합을 한다.


한 아이가 지쳐 주저앉고 만다.


옆 친구가 '어떻게 도울까…' 잠시 고민한다.


그는 주저앉은 아이 몰래 계단에 초코파이를 깔아놓는다.


아이는 초코파이를 하나하나 줍는 재미로 힘든 줄 모르고 정상에 올랐다.


친구는 뒤에서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이때 화면에 '진정한 친구는 남모르게 도와주는 거야'라는 자막이 흐른다.


중국TV의 초코파이 광고다.


초코파이의 중국브랜드는 '하오리유·파이(好麗友·派)'.이 광고는 '하오리유=좋은 친구(하오펑유·好朋友)'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제작됐다.


초코파이는 중국 전체 파이류 과자시장의 시장점유율 30%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품.고급 파이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한다.


작년 한해 모두 2억4천만개의 초코파이가 중국에서 팔렸다.


"우루무치에서 하얼빈에 이르기까지,초코파이가 중국 구석구석을 파고들 수 있었던 힘은 브랜드파워에 있습니다.


중국사업 전체 매출의 약 25%를 브랜드 홍보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김홍재 동양제과 중국본부장은 "중국은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브랜드 위력이 큰 시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80개 상품에서 10대(大)브랜드 판매량이 전체 판매의 65%에 달한다는 국가통계국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브랜드전략은 '처절하다'고 할만하다.


지난해 사스(SARS)로 베이징이 '죽음의 도시'로 변했을 때 LG의 브랜드전략은 더 살아났다.


다른 나라 기업이 철수할 때 LG는 끝까지 남아 '우리는 중국을 버리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LG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사스기간 중에 '아이 러브 차이나(I♡China)'캠페인을 벌여 중국 언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제품별 가전 시장 점유율 1∼3위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이다.




가전 IT분야의 삼성과 LG,식음료 분야의 초코파이와 신(辛)라면,의류분야 울시,자동차의 현대와 한국타이어 등이 중국 시장에서 파워브랜드로 꼽힌다.


삼성은 '디지털 삼성'으로,LG는 '프리미엄 서비스',신 라면은 '한국의 맛',초코파이는 '좋은 친구' 등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들은 단순 매체광고뿐만 아니라 TV퀴즈프로그램 협찬,각종 경기대회 후원,로드쇼 개최 등 다양한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몇개 브랜드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우리나라 파워브랜드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내세울만한 브랜드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국기업으로부터 주문(또는 하청)을 받아 중국공장에서 생산,이를 제3국으로 수출하는 형태의 비즈니스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브랜드파워를 키울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장이 중국이라고 지적한다.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상하이 푸둥에 공장을 두고 있는 우창어패럴.지난 7년여 동안 일본업체의 OEM사업을 벌여온 의류업체다.


이 회사는 최근 지난 2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최고급 숙녀복 브랜드 'SSON'을 시장에 내놨다.


"중국은 파워브랜드 창출 여건이 한국보다 좋습니다.


손재주 많은 기능공이 많고, 내수시장이 받쳐주고 있습니다.


아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파워브랜드가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 회사 손찬규 사장의 말이다.


그는 OEM사업으로 번 돈을 'SSON'에 올인할 계획이다.


우창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가 '파워브랜드 창출'이라는 고난의 길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브랜드가 없으면 미래 중국비즈니스도 없다'는 것이다.


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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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


우종근(국제부 차장) 한우덕(상하이 특파원) 오광진(베이징 특파원) 이익원 오상헌(산업부 기자) 정지영(국제부 기자) 김병언(영상정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