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괴테의 담시(譚詩) '마왕'과 게르만 신화를 바탕으로 환상소설과 전쟁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과 광기,전쟁과 폭력의 밑바닥을 들여다본다.
'아벨 티포주의 불길한 기록''라인강의 비둘기들''로민텐의 식인귀' 등 6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지독한 근시에 파리에서 정비공장을 운영하는 주인공 아벨 티포주의 일기로 시작된다.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어린이들의 사진을 찍는 게 취미인 티포주는 어느날 한 소녀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당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고소는 취하되고 티포주는 자유를 찾는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티포주는 독일군에 잡혀 비둘기 사육병이 된다.
그는 알자스 들판과 숲을 누비며 군대용 비둘기를 포획하고 기르면서 결국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둘기를 잡아먹기도 한다.
그는 전쟁터에 투입할 아이들을 물색하고 잡아오는 인간 사냥꾼이 된다.
그러나 소련군이 맹렬한 기세로 공세해 오는 와중에 아우슈비츠에서 빠져나온 한 유대인 소년을 구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1967년 '방드르디,태평양의 끝'으로 데뷔한 작가가 두번째로 내놓은 작품으로 작가에게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작가는 1958년 1장 '아벨 티포주의 불길한 기록'에 해당하는 원고를 써놓고 10년 정도 묵혀 두었다가 68년 다시 쓰기 시작해 70년 탈고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신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현대 사회의 여러 측면을 재조명하고 재해석한다는 면에서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