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농산물 순수입국이 됐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농지와 물 부족으로 매년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이 같은 결과는 중국 지도부의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식량안보에 대한 긴급대책 마련까지 지시하고 나섰다.

◆농산물 수입이 수출 앞질러=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중국 정부의 최근 자료를 인용,올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농산물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올 상반기 중국의 농산물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62.5% 증가한 1백43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수출은 11%가 증가한 1백6억2천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중국이 가장 많은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는 미국으로부터는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1% 증가한 49억6천만달러어치의 농산물을 수입했다.

FT는 이처럼 중국의 농산물 수입이 급증한 이유가 1998년 이후 해마다 곡물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전략비축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국가 식량비축분 규모를 국가 기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식량 연구학자들은 올해 중국의 곡물 수확량이 지난 90년 이래 최저였던 지난해보다는 다소 늘더라도 수요 증가로 인해 올해와 내년 전략비축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중국의 곡물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8배 늘어난 4백10만t을 기록했다.

최근 중국 국무원산하 발전연구센터의 천시원 부주임은 올해 중국의 곡물 생산량이 수요량을 기준으로 3천7백50만t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곡물 생산량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식량안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식량안보 분야에서 정부 자문역을 맡고 있는 한 연구원은 "중국 지도부는 50년대 후반과 60년대 중국의 배고팠던 시절을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에 국가전략뿐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식량안보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급격한 산업화로 농지·물 부족=중국 식량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제개발로 인한 농업용수와 농지부족이 꼽히고 있다.

중국의 한 고위 관리는 "지하수면 감소와 수질 오염 등으로 인해 농업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도시와 산업단지건설에 따른 농지 잠식까지 겹쳐 중국의 곡물생산량은 앞으로도 크게 늘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농지면적은 농촌 인구의 도시이동,대규모 산업단지 건립,철도와 도로망 건설 등으로 인해 96년 이후 6백70만ha가 줄어들었다.

미국 지구정책연구소(EPI)의 중국 농업전문가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중국은 밀뿐만 아니라 쌀과 옥수수도 수입하게 될 것"이라며 "1∼2년 내 중국은 5천만t에 이르는 곡물을 수입해 세계 최대 곡물수입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