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라' '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산다'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는 CEO.

하루 업무 시간의 8할을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즐겁게 만들까' 고민하는 사람.

매출이 '제로'인 IMF 시절 전 직원을 부부동반으로 4박5일간 야외파티에 초청한 배짱.

계절을 가리지 않는 해외여행 등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복리제도를 만든 인물.

그러면서도 한국 진출 4년 만에 회사 매출을 4백개 제약사 중 20위로 키운 경영인.

이쯤 되면 이 매력적인 캐릭터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세계적 다국적 기업인 BMS제약 오세아니아 총괄사장인 이희열씨가 주인공.

'우리는 지금 감성회사로 간다'(김익수 지음,영진닷컴)는 그의 스토리다.

전 세계 1위 제약회사 MSD의 영업사원으로 출발,1년 만에 판매왕이 됐으며 2년 7개월 만에 이사,7년 만에 현재 회사 한국 사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올해 39세다.

그의 유별난 부하 사랑과 명쾌한 결단력을 보여주는 일화 한 토막.

'외환위기 때 BMS 본사 국제담당 부사장이 날아왔다.

한국법인 10% 감원,임금 30% 삭감의 구조조정 보따리를 안고.

이 때 이 사장은 "요구대로 할테니 고통분담 차원에서 당신의 월급도 5% 줄여달라"고 했다.

의외의 반격을 받은 부사장은 "선례가 되므로 안 된다"고 머뭇거리다 "없던 일로 하자"며 돌아갔다.

그러나 이 사장은 오히려 그해 월급을 인상했다.'

빨강,노랑 머리염색에 청바지 차림으로 오전 10시 출근하는 리더.

직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95kg 나가는 체중을 20kg이나 뺐다는 대목에선 단순한 '계산' 이상의 인간미까지 전달된다.

그의 '감성 경영'에 직원들이 '엄청난 성과'로 보답했음은 물론이다.

3백8쪽,1만1천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