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경착륙으로 가고 있는가? 경제금융 전문서비스 CBS 마켓워치는 주요 경제지표들이 최근 악화된데 대해 월가 일각에서 미 경제가 추락 궤도로 접어든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19일보도했다.

마켓워치는 그러나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대다수의 월가 전문가들이 경기 회복세가 비록 꺾이기는 했으나 아직은 기조 자체가 사그진 것이 아니라고 조심그럽게 진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마켓워치의 렉스 너팅 워싱턴 지국장이 분석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FRB는 미 경제가 일시적인 침체후 반등하는 이른바 `소프트패치'에 빠진 것일뿐이라고 판단하지만 월가 일각에서는 둔화가 심각하다면서 심지어 또다시 침체에 빠져든 것이 아니냐는 비관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분 주요 지표들을 보면 이런 비관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그 이전 몇달간 확연했던 회복세를 뒤로 하고 고용, 소매 및 산업 쪽 모두에서 지표들이 일제히 어둡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7월분의 일부 지표는 개선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실물경제학자들은 여전히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그러면서 심상치 않은 고유가, FRB의 금리인상 기조,낮은 저축률과 날로 심각해지는 경상수지 불균형을 지적한다. 여기에 비효율적이란 비판을 면치 못하는 소비촉진 대책도 우려한다.

런던 소재 롬바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세계경제분석 책임자 찰스 뒤마는 "(미 경제가) 내년에 경착륙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어쩌면 올 가을에 그런 조짐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공급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는 것이 내년에 "주식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상당히 강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마는 추세가 모두 좋지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미 경제의 핵심인 소비가 "마침내 장애에 부딪히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생산을 뒷받침해온 버팀목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면서 여기에 수출도 중국 쪽에서 찬바람이 불어 전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감세 효과가 연말이 다가오면서 확연히 사라지는 조짐 속에 자본 지출도 약세며 그나마 소비를 지탱시켜온 자동차 판매도 더 이상 치고 올라갈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생산을 자극하는 또다른 요소인 기업재고 역시 한계 상황이라고 뒤마는 진단했다.

뒤마는 단기적으로는 주택과 공공지출 쪽에서 경기를 받쳐줄 수 있을지 모르나이것 역시 재정악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모건 스탠리의 세계경제 책임연구원 스티븐 로치도 비관론에 동조했다.
평소 월가의 주목을 받으며 증시에 부정적인 전망을 많이 제시해온 그는 "미 경제가 갑자기너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저축률이 낮은 상황에서 `쌍둥이 적자'가 파국적인 추세로 악화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쌍둥이 적자란 재정과 경상수지가 동시에 악화되는 현상이다.

로치는 미국이 증시 개장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20억달러를 외부 차입에 의존해서 재정적자를 메워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차입 여건이 유리했으나 "현재는 상황이 극히 나쁘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조건에서 `갑자기' 심각한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로치는 미국의 저축률이 낮다는 점을 거듭 상기시키면서 이는 미국의 주식, 채권 및 부동산시장에서 `거품'이 일시에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은 이런 비관론이 지나치다는 견해다.
경기회복이 주춤하기는 하지만 상승탄력 자체가 없어진 것으로는 보지 않는 쪽이다.

한 예로 블루칩 이코노믹 포캐스트가 최근 실물경제학자 52명을 대상으로 경제를 전망한 결과 단 한명도 미국이 내년에 또다시 경기 침체에 빠져들 것으로 보지않았다.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도 3%는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블루칩 최신 조사에서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뒤마와 로치는 제외됐다.

시티그룹 글로벌 마켓 소속 로버트 디클레멘트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6월 소비지표가 상향조정됐음을 상기시키면서 "회복세가 사그라졌다는 비관론이 과다한 것임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와초비 증권의 존 실비아 애널리스트도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를 상기시키면서 이는 미국 증권.채권시장의 매력을 그만큼 높이는 것으로 향후 "더 많은 자본이 미국으로 들어오며 (이 때문에) 달러 가치도 상승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리먼 브라더스의 조지프 아베이트 수석애널리스트도 신중하지만 낙관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 경제가 하반기에도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면서 "비즈니스 신뢰가 되살아나고 있으며 소비도 (아직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유가라면서 이것이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에 심각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베이트는 주식투자 수익이나 개인소득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아베이트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상황이 극에 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경상적자가 계속 확대될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렇게되면 FRB가 금리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코노믹닷컴의 마크 잔디 수석애널리스트도 경기 회복세가 주춤해진 것은 확실하지만 내년에 미 경제가 3.4% 가량 성장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는 기업들의 현금 보유가 늘어나고 세계경제도 되살아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회복세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