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고 있다. 자선적ㆍ시혜적 차원의 기부활동이 아니라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야 한다."(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근 들어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사회공헌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 경영활동의 '필수' 항목이 됐다.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경영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 핵심 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때문에 사회공헌 활동을 더 이상 자선사업쯤으로 여기는 기업은 없다.

사회공헌 활동은 미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인 것이다.

기업마다 공헌활동의 예산을 늘리고 전문 조직을 별도로 구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는 사회공헌 활동도 효율 중심으로 펼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요 기업의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 고객 주주 임직원 등 이해당사자들은 기업이 처한 환경에서 지출 가능한 예산으로 어떤 사회공헌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경영 능력을 판단하는 시대인 것이다.

◆ 사회공헌 갈수록 중요해져

선진국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소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가 발표하는 '다우존스 안정성 지수'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실적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힘입어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접하게 되면서 기업의 이미지가 소비자의 구매 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좋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한 기업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신뢰가 커지고, 이미지가 훼손된 기업은 비즈니스를 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게다가 반(反)기업 정서 등으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도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반기업 정서 해소 차원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사회공헌대상'(가칭)을 제정, 올해 말께 시상할 예정이다.

대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전경련이 독자적인 시상 제도까지 만들겠다고 나선 것만 봐도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이 얼마나 커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 전략적 사회공헌에 주목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사회공헌 활동을 어떻게 벌여야 할까.

이곳 저곳에 돈과 인력을 마냥 지원하는 식으로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기업이 자사의 사업영역과 관련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정해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는 등의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최근 들어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도 효율을 따져가면서 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포스코 등은 효율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LG전자는 최근 전담 부서를 만들기도 했다.

전략적 사회공헌과 관련해 미국 켈로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사는 미국 대공황 시기 극빈자에게 시리얼을 무료로 배급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벌였다.

이를 통해 빈곤층의 기근을 해결하는데 기여했고 동시에 시리얼이 미국인의 아침 식사로 자리잡는 계기를 마련했다.

돈을 많이 버는 기업만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익의 일정 범위 내에서 효과를 따져 지속적으로 활동하면 기업의 성가는 그만큼 높아진다.

◆ 다다익선보다는 선택과 집중

양적인 면에서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일정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국내 20대 기업은 지난해보다 21.2% 늘어난 8천9백60억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투자할 계획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업 기부 규모에서도 '양적 성장'은 잘 드러난다.

지난 98년 1백2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6백40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00년 국내 1백92개 기업은 평균 매출액의 0.37%를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일본 기업의 0.1%에 비해 세배 이상 높았다.

문제는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질적 성장'이다.

기업의 특성에 맞고 잘 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선택, 집중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경영 노하우ㆍ기술ㆍ인력 등의 자원을 활용해 적절한 사회공헌 활동에 투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세법을 바꿔 공익활동에 쓰이는 기부금의 손비처리 범위를 확대하는 등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