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는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26∼28달러의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낙관했던 정부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자 당혹감 속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별다른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3개월 정도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을 전제로 마련해둔 '고유가 3단계 비상대책'은 배럴당 3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정부는 고유가 상황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장기화될 것이 확실해짐에 따라 석유제품 내국세 인하 등 단기적인 대증요법보다는 대체에너지 보급과 해외자원개발 확대 등 중·장기적인 에너지정책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내부에서조차 이같은 계획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 지원금 등을 포함한 전체 에너지 관련 예산은 국제유가가 출렁일 때 확 늘었다가 잠잠해지면 또 줄어드는 고무줄 예산이나 다름없다"며 "에너지 분야 예산 편성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미지근한 고유가 대응과 관련,전문가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은 극심한 내수 침체에 고유가 변수가 겹쳐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던 2차 오일쇼크 때와 비슷하다"며 "고유가 충격을 줄여줄 완충장치는 내수밖에 없으므로 에너지 절약과 같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대책보다는 내국세 인하와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를 통한 적극적인 내수 방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서둘러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력산업인 중화학 산업이 연간 원유도입량의 15%를 중간 원료로 사용하는 등 한국의 산업구조는 고유가로 인한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 산업 등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개편이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