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김용환 금감위 공보관을 통해 "최근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물러날 때라고 생각해서 사의를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에 사퇴의사를 전달했다"며 "지금은 할 말이 없고 앞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와 관련,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사의를 접수해 수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휴가중이지만 이르면 2일께라도 의중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감사원의 '카드 대란' 특감과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란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현안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사의를 밝힌데 대해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조직개편은 후임 인사가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피력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 부원장,금감위 부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1년4개월동안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을 함께 맡아온 이 위원장이 조직개편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현재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는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감사원은 금감위 중심의 통합을 중장기과제로 제시했으며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도 이를 비중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신 관치(官治)'구상이라고 규정,박영규 노조위원장이 삭발까지 하며 강력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의 특감 결과 고위인사에겐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후임 위원장으론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유지창 산업은행 총재,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윤증현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