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심리학 창시자인 칼 구스타프 융(1875∼1961)은 인간의 마음속 근원에 존재하는 원형(archetype)의 하나로 '그림자(shadow)'를 제시했다.

그림자는 '나(Ich)'의 어두운 면을 의미한다.

나와 그림자의 관계는 지킬박사와 하이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텔레스를 연상하면 쉽다.

영화 '페이스 오프'에서 FBI 요원 숀 아처(존 트라볼타)와 범죄자 캐스터 트로이(니컬러스 케이지)의 뒤바뀐 얼굴도 융의 이론을 알고 보면 훨씬 흥미롭다.

분석심리학에선 자아의식이 강하게 조명될수록 '그림자'의 어둠이 짙어진다고 본다.

예컨대 '나'는 다 잘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못살게 군다고 생각할수록 자신의 약점이나 결점은 안 보이게 마련이다.

요즘 누가 어떤 비판을 하든 대통령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나 정체성ㆍ과거사 논쟁을 보면서 융이 말한 '그림자'가 새삼 떠오른다.

비판이 비판으로 들리지 않는다면 한 번쯤 스스로를 비판해보면 어떨까.

햇볕이 불볕처럼 쏟아지는 8월 첫 주다.

절기상으론 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7일)가 턱앞이지만 적어도 말복(9일)까진 땀깨나 흘려야 할 것 같다.

에어컨 켤 때 전기요금이 걱정되면 그건 참을 만할 때다.

망설임 없이 에어컨을 켜다보니 연일 전력소비 사상 최고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 경제장관들이 이번 주 대거 휴가를 떠난다.

세상도 조용해질 듯하다.

하지만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과 함께 금융감독 체계 개편논란은 더욱 달아오를 판이다.

체감경기를 가늠할 경제지표들이 쏟아지지만 내용은 걱정스러운게 많다.

우선 7월 소비자물가(2일)는 사상 초유의 고유가 행진속에 상승률이 4%를 넘길 전망이다.

서민들의 주름살만 더 늘게 생겼다.

한국은행의 기업 경기실사지수(BSIㆍ3일)와 통계청의 소비자전망(5일)에서 나타날 기업과 가계의 '피부 경기'도 더 나빠질 것 같다.

아울러 통계청의 6월 서비스업 동향(6일)도 제조업 경기 못지 않게 주목된다.

경제챙기기에 나선 이해찬 총리는 지난주 경제5단체장과 업종단체 대표들에 이어 6일 민간 경제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그냥 듣기만 할지, 들은 이야기를 실천할지 두고봐야겠다.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3∼6일)은 탈북자들의 무더기 입국으로 인해 예정대로 열리기 어려울 듯싶다.

마음의 평화로움에 대해 틱낫한 스님은 "내가 수많은 나 아닌 존재들로 이뤄져 있음을 깨닫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내가 서면 '그림자'도 선다.

이 여름의 화두로 삼고 싶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