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실에 도자기를 공급했던 광주관요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설립했다는 '광주요'가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서울 강남 도산공원 맞은편의 한식당 '가온'이 그것이다.


가온은 도자기 만큼이나 고급스럽게 실내외 인테리어를 갖추고 품격있는 음식을 내놓고 있다. 식재료 선택에서부터 조리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한국 전통식을 추구하는 국내 몇 안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김치는 재료를 몽땅 싸들고 경기도의 연천으로 달려가 그곳에서 담가온다. 연천의 물이 좋기로 소문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음식을 하는 곳이다 싶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 그 기법을 전수받아오고야 만다.


처음 상에 올리는 메뉴는 야채무침. 드레싱은 유자와 두부로 직접 개발한 것이다. 유자의 새콤달콤한 맛과 콩을 맷돌로 갈아 만든 두부의 텁텁한 맛이 절묘히 어울려 입맛을 돋워준다.


메밀전병은 메밀 전의 부드러운 감촉과 야채속이 어울려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불고기는 숯불구이 특유의 향미가 가득하다. 약간 바특하게 끓여내는 된장찌개도 구수한 내음과 맛으로 입을 즐겁게 한다.


나오는 음식은 모두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재료 자체의 맛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웰빙'음식이라 할 만하다.


코스요리는 배만 잔뜩 부르게 만드는 기존 한정식과 달리 일품요리만으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1인당 2만9천원부터 7만5천원까지.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3∼4명이 김치찌개에 계란찜을 먹어도 되고,불고기나 고등어조림 등을 시켜먹으면 된다.


제철음식으로 준비한 삼계탕(3만원)도 강력 추천한다. 닭뼈와 양파를 사흘간 고아서 만든 육수가 담백하면서 뒷맛이 달다. 닭 냄새나 한방재료 냄새가 나지 않아 좋다. 당일 공급받는다는 닭고기가 쫄깃하고 팍팍한 느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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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