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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 방침은 사실 지난해 말부터 흘러 나왔다.
LG카드 사태 이후 상당수 카드사들은 수익 기반 확충을 위해 수수료 인상 계획을 마련하고 가맹점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이 "카드업계와 체인스토어협회 등 대형 가맹점간 수수료율 인상 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나서면서 개별 협상이 중단됐다.
이후 카드사들이 공개한 원가를 놓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소시모는 빠졌고 비씨카드가 1만3천개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전격 인상하면서 수수료인상 문제가 표면화됐다.
카드사와 가맹점들은 각각 경영난과 내수경기 침체의 어려움을 들어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생사를 건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 배수진을 친 카드업계
카드사들의 입장은 한마디로 "가맹점 수수료를 무조건 올려야 된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의 수익구조는 △가맹점 수수료 △현금서비스 수수료 △할부 수수료 △연회비 △연체료 등 크게 5가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수익의 90% 정도를 가맹점 및 현금서비스 수수료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 현금서비스는 경기침체와 지난해 LG카드 사태 등의 여파로 줄어드는 추세다.
비씨카드의 경우 올 상반기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전년 동기대비 30% 감소했다.
따라서 카드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수수료율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이익을 내려면 가맹점 수수료를 4.0∼5.8%를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수수료율은 평균 2.25% 수준이며 할인점 정유업체 등 메이저 가맹점의 경우 1.5%에 머무르고 있어 거래가 일어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공동대응 나선 유통서비스업계
백화점, 체인스토아, 편의점, 슈퍼마켓,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 등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5개 단체는 숙박업 유흥음식점 음식업 패션 등의 단체와 지난 26일 전국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이하 가단협)를 구성했다.
가단협은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이마트와 통신판매협회에 수수료 인상을 요청해온 비씨카드, KB카드에 각각 면담을 요청했다.
가단협은 비씨카드와 KB카드가 카드업계를 대표해 유통업체 등을 각개 격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공동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가맹점들은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요구를 부실경영을 가맹점에 전가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한다.
카드남발과 정부의 감독소홀로 인해 부실이 생겼는데 이를 가맹점에 떠넘기려 한다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원가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원가에 카드사들이 불량회원을 유치해 발생한 대손비용을 포함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임실근 전무는 "슈퍼마켓에 대한 카드사 수수료율은 현재 3.5% 수준이고 경상이익은 매출의 1∼2% 수준"이라며 "1%포인트 올리면 중소상인들의 생계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규호ㆍ송종현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