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는 겨울여행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세계 3대 축제의 하나로 꼽힌다는 삿포로의 눈축제,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인 오타루의 겨울서정, 동부 아바시리와 몬베츠의 겨울을 특징짓는 오호츠크해 유빙(流氷)의 장관, 그리고 스키어들을 환장케 하는 온사방의 파우더 스노까지 한겨울의 홋카이도는 볼 것도 즐길 것도 많다.


한여름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패치워크를 한 듯 가지런한 농작물의 색깔 조화로 더 아름다운 구릉 그리고 꽃, 그 중에서도 홋카이도의 여름을 상징하는 보랏빛 라벤더 물결이 사람들을 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라벤더의 중심무대는 후라노다.


홋카이도의 정중앙임을 알리는 표지인 '홋카이도중심표'(北海道中心標)가 있는 후라노는 매년 여름이면 일제히 보라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한가득한 라벤더 천국으로 변신하는 것.


도미타농원의 라벤더를 그 중 으뜸으로 친다.


25㏊에 달하는 도미타농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라벤더의 보랏빛 꽃과 향은 자연에 굶주린 이들의 넋을 빼앗기 충분하다.


피고 또 지는 20여종의 다른 꽃들도 라벤더밭의 풍광을 더욱 예쁘게 장식한다.


농원 한쪽에 꾸며 놓은 이도로리화원의 풍광이 압권이다.


서로 다른 색상의 융단 두루마리를 펼쳐 놓은 듯 같은 시기에 피는 갖가지 색깔의 꽃을 줄맞춰 심어 놓는 곳이다.


원래는 이지역 다른 농지처럼 감자 등을 심은 땅이었다고 한다.


그리 크지 않은 밭에서 키운 라벤더는 농산물로 출하했었다.


그러나 유럽의 라벤더가 수입되면서 라벤더 농사는 접어야할 처지가 됐다.


우연히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일본정부의 신년달력에 이곳의 만개한 라벤더 사진이 실렸고 그 모습에 매료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들은 관광객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이에 용기를 얻어 1976년께부터 본격적으로 관광용 라벤더밭을 일구기 시작, 지금은 연간 1백20만명이 들르는 명소가 된 것.


도미타농원은 여느 관광농원과 달리 입장료와 주차료를 받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라벤더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게 중학교 때부터 농사 일을 도와 2대째 농원을 가꾸고 있는 도미타 히토시씨의 말이다.


대신 라벤더와 다른 꽃들을 이용해 만든 제품을 팔아 농원 운영경비를 충당한다.


상점과 카페가 있는 웰컴하우스 매장에 진열된 1천여종의 제품중 95%는 농원 자체생산 제품.


연간 7억엔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도미타농원 인근의 플라워랜드도 라벤더 감상 포인트.


봉긋 솟은 구릉 위에 자리한 꽃농원으로 탁트인 전망이 뛰어난 곳이다.


라벤더밭 사잇길을 따라 가는 '트랙터 마차'를 타는 맛이 각별하다.


헬기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하늘에서 보는 후라노의 풍경은 땅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후라노 위쪽 비에이에 이르는 길에도 라벤더밭이 이어진다.


길가 곳곳에 자리한 전망공원의 꽃밭들이 동화속 삽화처럼 예쁘다.


비에이는 끝없이 이어지는 낮은 구릉과 그 구릉의 농작물 밭이 눈길을 사로잡는 곳.


하얀 꽃의 감자밭 옆으로 초록의 비트밭이 이어지고, 누렇게 익은 밀밭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려내는 풍경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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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홋카이도는 일본열도 최북단의 큰 섬이다.


백두산과 같은 위도대(북위 43도)에 있다.


경상북도를 제외한 남한 크기의 땅에 6백만명이 살고 있다.


도청 소재지는 삿포로.


6개의 국립공원, 5개의 국정공원, 12개의 도립공원 등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이 자랑이다.


농토가 넓어 일본의 식량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낙농업도 발달했다.


특히 감자, 콩, 밀, 비트(설탕의 원료)는 일본 최대 생산량을 자랑한다.


한여름인 8월 평균기온은 삿포로 기준 섭씨 22도.


아침 저녁으로는 초가을처럼 서늘한데다 습하지도 않아 피서여행지로 제격이다.


미소(된장), 소유(간장), 시오(소금)로 국물맛을 낸 '라멘', 털게를 포함한 게, 신선한 우유를 재료로 갖가지 맛을 낸 아이스크림과 회ㆍ해산물 요리가 일품 먹거리로 꼽힌다.


대한항공이 인천~삿포로 노선에 단독 취항하고 있다.


매주 일ㆍ월ㆍ수ㆍ목ㆍ금 5회 직항편을 띄운다.


비행시간은 2시간30분.


삿포로에서 도 정중앙부의 거점도시이며 홋카이도 제2의 도시인 아사히카와까지 버스로 2시간 걸린다.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JR특급으로는 1시간30분.


홋카이도 전지역의 열차를 탈 수 있는 JR 홋카이도 레일패스(3일권 1만4천엔)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아사히카와에서 비에이, 후라노행 철도와 버스를 이용한다.


렌터카는 승용차 기준 24시간에 5천5백~2만2천5백엔.


후라노에는 신 후라노 프린스호텔 등 대형 리조트호텔이 많이 있다.


자유여행사(02-3455-0004)는 '홋카이도 도동 핵심일주 5일' 여행을 안내한다.


이동 중 후라노에 들러 길가 전망공원의 라벤더를 감상한다.


매주 금요일 출발.


1백19만9천원.


홋카이도 도북(道北)지역 여행안내 (02)737-1122, www.japanpr.com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