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간의 파업을 겪은 한미은행이 '실지(失地)' 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규모 특판정기예금 판매와 함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업기간 중 빠져나갔던 고객을 다시 끌어들일 계획이다.

한미은행은 15일부터 1조8천억원(개인 5천억원, 법인 1조3천억원) 한도로 특판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금리조건은 1년만기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개인의 경우 4.6%, 법인은 4.4%로 책정됐다.

은행 관계자는 "파업기간중 총 2조6천9백59억원의 예금 이탈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계는 한미의 이번 특판상품 판매규모나 금리수준이 은행규모에 비춰 상당히 '파격적'인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점은 지난 2000년 이후 있었던 주택은행이나 조흥은행 파업 때와 비교하면 잘 나타난다.

우선 예금금리를 보면 지난 2000년 국민은행이나 지난해 조흥은행 모두 당시 기존상품의 이자율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국민은행 7.5%, 조흥은행 4.4%)에서 결정됐었다.

그러나 한미은행은 기존 자사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0.4%포인트, 대다수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보다는 0.6∼0.7%포인트나 높은 금리를 책정했다.

판매규모도 차이가 난다.

한도를 정해놓지 않았던 조흥은행과는 비교가 힘들지만 국민은행이 지난 2000년 당시 법인과 개인을 합쳐 1조원을 특판상품 한도로 정했던 것보다는 8천억원이나 많은 액수다.

금융계는 이와 관련, "'씨티'를 등에 업은 한미은행이 파업을 마치자마자 영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미의 자산규모를 고려할 때 '1조8천억원어치의 특판상품을 팔겠다'는 것은 공격경영을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또 최소 1천만원 이상을 집어넣어야 가입할 수 있는 '웰빙예금' 가입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신상품 추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이같은 공격적인 예금 유치로 파업기간중 빠져나간 예금이 이번주 중 모두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업기간중 3조5천억원의 자금이 빠져 나갔던 국민은행의 경우 특판상품 판매 이후 수신잔액이 파업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6일이 걸렸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