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신호탄을 힘껏 쏴라.'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10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바레인과의 A매치에서 신고식을 치른다.

안정환(요코하마)이 부상으로 결장하는 등 기존 정예멤버가 총출동하지는 않지만 한국축구 부활의 키를 쥔 본프레레 감독이 데뷔전에서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의 바레인은 오는 17일 중국에서 막을 올리는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조별리그에서 8강 티켓을 다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요르단과 같은 중동팀이기 때문에 워밍업 상대로는 제격이다.

▲본프레레, 첫 단추 잘 꿸까

전임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지난해 3월 겨우 이틀간 소집훈련을 한 뒤 콜롬비아와 신고식을 치렀는데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이후에도 강팀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오만, 베트남 등 약팀에게도 발목이 잡히는 수난으로 중도하차의 불명예를 안았던 코엘류 감독은 훈련 시간 부족을 성적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기도 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부임한 덕분에 코엘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분한 조련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 29일부터 지휘봉을 잡은 본프레레 감독은 아직 선수들을 파악하는 단계이기는 하나 나름대로 현실을 파악하고 출발을 할 여건은 갖춘 셈이다.

▲'파김치 훈련'과 강한 카리스마의 효과는?

본프레레 감독은 소집훈련의 스타트를 끊자 마자 '호랑이 선생님'으로 돌변, 강한 카리스마속에 선수들을 무섭게 몰아붙이는 고강도 담금질을 실시했다.

연일 이어진 혹독한 연습에 선수들은 녹초가 됐고 '월드컵 태극전사'들은 "히등크 감독보다 더 깐깐하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으나 본프레레 감독은 "아직 제대로 된 훈련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태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본프레레 감독이 불호령을 지르며 선수들을 지도한 것은 체력 강화와 함께 실전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긴장감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코엘류 감독 아래에서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던 태극전사들을 '고양이 앞에 쥐'로 만든 본프레레 감독의 강도높은 담금질과 녹록지 않은 카리스마가 바레인전에서 어떤 효과를 낼지도 팬들의 관심사 중 하나.

▲포백, "성공이냐. 실패냐"

본프레레 감독은 포백(4Back) 신봉자답게 이번 A매치에서 4명의 수비수를 두는'4-4-2 전법'을 구사한다.

포백은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으로 역동적인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수비 지향적인 한국에게는 '맞지 않는 옷'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감독도 처음에 포백을 고집했다 스리백으로 전환했으며 코엘류 감독 역시 포백으로 신고식을 치렀다가 한계를 느끼고 스리백으로 바꾼 바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7일 광운대와의 연습경기에서 현영민(울산)-이민성(포항)-최진철(전북)-이영표(에인트호벤)의 포백 수비라인이 비교적 안정된 방어막을 형성했다고 보고 이들을 바레인전에 그대로 투입할 예정.

특히 '롱 드로인의 명수' 현영민과 '헛다리 짚기'의 이영표는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 역할도 맡는다.

▲김은중.이동국.이관우, '황태자' 도전

본프레레 감독은 김은중(서울)과 이동국(광주)을 투톱으로 내세워 이들의 파괴력을 테스트할 생각이다.

한방의 능력을 지닌 김은중과 이동국은 지난 98년 아시아청소년축구(U19)선수권 일본과의 결승에서 1골씩 뿜으면서 한국의 우승을 견인, 차세대 스트라이커 자리를 예약하는 듯 했으나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얻는데 실패, 2002한일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비운의 스타들이다.

올 시즌 K리그 전반기 5골을 뿜어내며 용병 천하의 득점 레이스에서 토종의 자존심을 지킨 데 이어 올스타전에서도 2골을 터뜨리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던 김은중은 바레인의 골문을 열어젖혀 본프레레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겠다는 각오다.

황선홍(전남 코치)이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할 만큼 골잡이의 재능은 있지만 기교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동국은 재기를 위한 마지막 시험대라고 보고 이를악물고 나섰다.

또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될 '오빠부대의 원조' 이관우(대전)도 정확한 볼 배급 등 안정된 공수 조율로 '본프레레호의 황태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