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에서 단독과반이니까 사퇴할 필요는없지만 참의원에서 패한 총리는 사실상 완전 죽은 몸이다."

이는 집권자민당의 아오키 미네오(靑木幹雄) 참의원 간사장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던진 말이다.

참의원 선거를 엿새(11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제히 집권 자민당의 열세가 점쳐지자 당총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총리의 정치적 맹우인 아오키 간사장은 4일 한 연설에서 선거에 자민당의 명운이 걸렸다면서 "나는 자민당이 51석을 얻지 못하면 총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재확인했다.

정권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교체(개선.改選) 대상 121석 중현수준을 유지하는 51석을 '배수진'으로 줄곧 밝혀왔다.

51석 이하는 사실상의 패배로 못박은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지난주말을 전후해 내놓은 각종 전망은 51석 획득은 커녕 지역구와 비례대표 양쪽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에 뒤져 50석 확보도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보여주었다.

지난 5월 방북 정상회담 후 고이즈미 내각의 지지율은 50%대로 치솟으며 최고조에 달했다.

5일 발표된 요미우리(讀賣)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이 지지율은 35.7%로급전 직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에서는 방북 지지세가 꺾인 원인을 민주당의 선전 보다는 고이즈미 총리를포함한 당 지도부에서 찾고 있다.

야당의 반발을 아랑곳않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연금개혁법안'을 밀어붙인데다 국민의 신중 여론을 무시한 채 자위대의 다국적군 참가를 이렇다할 심의도 없이졸속 결정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연금개혁에 대한 유권자의 냉담한 반응이 지지율 급락의 원인"이라며 "이 영향을 막는게 급선무"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고이즈미 총리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출근도 하지않은 부동산회사에서꼬박꼬박 월급을 타간 사실이 들통나자 "인생은 여러가지, 회사도 여러가지"라는 발언으로 샐러리맨들을 허탈케 한 것도 치명적이었다는 평. 당내 많은 인사들은 일련의 사건들이 점철되자 "집권당에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여론이 팽배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부동층이 40%에 달해 아직까지 향방은 유동적이라는 판단도 적지않다.

그러나 특단의 대책이 없는한 이들도 반드시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4일자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이 47석(41-53석 범위)에 그쳐51석(44-57석)의 민주당에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민당이 51석 획득에 실패할 경우 정권의 구심력이 현저히 저하, 고이즈미 총리의 퇴진문제가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요미우리 신문도 "50석을 크게 밑돌 경우 당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퇴진론이 나올지 모른다"는 고이즈미 총리가 속한 모리(森)파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러한 안팎의 압박 속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은 4일 방송에 출연, "정권선택을 하는 곳은 중의원"이라며 "참의원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밑돌지 않는한 총리는 계속 남아야한다"고 황급히 차단에 나섰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