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최대사업장인 현대차의 노사협상이 파업 5일 만에 타결됨에 따라 올해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큰 고비를 넘겼다.

특히 올해 노동계 투쟁에 복병으로 등장했던 보건의료노조와 택시노조 등이 잇따라 타결된데 이어 노동계 실세인 현대차노조도 협상을 원만히 마무리함에 따라 향후 산업현장의 노사관계가 급속히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의 올해 파업일수는 지난 94년과 97년의 두 차례 무파업을 제외하면 지난 87년 설립 이후 최단기간이다.

이 때문에 파업으로 현대차의 손실도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2천6백여억원에 그쳤다.

◆ 노조의 속전속결 전략 =현대차 노사의 합의는 불과 14차례 교섭과 파업 5일 만에 양측의 손실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마무리됐다.

이로써 매년 장기파업과 1조원대 이상의 생산손실을 내며 대립으로 치달았던 이 회사의 노사관계가 화합과 생산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새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조가 산업발전기금과 사회공헌기금 출연, 주간 2교대제 실시 등 상급단체의 공동요구안이거나 다소 예민한 부문을 주장하긴 했지만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논의를 공론화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

주간 2교대제는 어차피 장기과제여서 올해 운을 뗀 것으로 만족하고 비정규직의 처우개선도 전례가 있어 쉽게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노사협상이 단기간에 끝난 것은 무엇보다 노조의 전략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투쟁위주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한 것이다.

이상욱 노조위원장은 노사협상에 임하면서 '굵고 짧게' 끝낼 것을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다.

유연한 투쟁 전략을 구사하며 노조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민주노총의 집중투쟁과는 별도로 전개됐다.

지난달 25일 부분파업에 들어가기 전날 회사측의 교섭재개 요청을 받아들인 것도 노조의 신축적 협상자세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첫 교섭에서 기본급 7만5천원 인상(기본급 대비 6.18%), 성과급 2백%,생산목표 달성 격려금 1백%, 호봉승급분 1만원 등 전향적인 임금인상안을 회사측으로부터 얻어냈다.

◆ 다른 사업장으로의 파급효과 =현대차 노사가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던 예년과 달리 유연성을 보이면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화합과 생산적 노사관계로 나아갈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현대차 협상타결은 한창 협상을 벌이는 다른사업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 집중투쟁의 중심에 서있던 현대차가 이탈하면서 민주노총의 하투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보건의료노조와 택시연맹 등 산별노조가 잇따라 타결된 데다 금속노조도 타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앞으로 산업현장은 비교적 조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불안요인들은 남아 있다.

최대 복병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단체행동 움직임이다.

노조가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 전례 없는 파격적인 임금인상안을 이끌어낸 반면, 사내 하청 비정규 근로자들은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이미 비정규 노조는 이날 독자적으로 전면 파업을 선언할 정도로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록 합법적인 파업요건을 갖추지 못해 현재 큰 결속력을 보이진 못하고 있지만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열악한 임금조건은 향후 노사관계는 물론 노노불안을 가중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