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27일(현지시간) 수만명의 시민들이 만연한 납치범죄에 항의해 `침묵 가두행진' 시위를 벌였다. 일요일인 이날 시민들은 대부분 흰 옷 차림에 검은 리본을 달고 시내 중심가 독립기념탑 일대 레포르마 대로 상에서 `(납치는) 이제 한 사람도 더 안된다'고 적힌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해 나갔다. 최대 민영방송인 텔레비사 TV는 이날 시위 참가자수가 거의 10만명에 달한다고보도했다. 80여개 시민단체가 주도한 이날 가두행진 시위에는 각계 각층의 일반시민들을비롯해 납치 범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대거 동참했으며, 정치인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멕시코 만 인접 베라크루스주(州) 알라모 지역 고향 마을에서 시위 동참을 위해상경했다는 호세 알베르토 세구라 씨는 눈물을 흘리면서 납치된 자신의 8살 아들을 찾아달라고 울먹였다. 알베르토 씨는 지난 99년 6월 알라모 지역에서 자신의 아들이 납치됐다면서, 납치범들이 체포됐지만 아들의 행방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당국의 도움을 호소했다고 유력 일간 엘 우니베르살 인터넷판이 전했다. 또 멕시코시티 인근 모렐로스주(州) 주도 쿠에르나바카에 사는 페를라 델라루스씨는 2001년 5월30일 사법 당국에서 일하는 3명에게 납치돼 가족 재산 분쟁에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납치 범죄는 개인 보안회사 `외국인 S.O.S.' 자료로 볼 때 2001년 기준으로 732건이 발생해 3천41건의 콜롬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다. 2003년에는 무려 1천300건의 납치가 발생, 2년만에 납치 범죄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기업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지역별 납치 발생 비율을 보면 멕시코시티36%, 멕시코주 22% 등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납치 범죄의 대부분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멕시코 연방검찰청(PGR)은 위성사진을 이용한 범죄 발생 장소 색출등 첨단 기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엘 우니베르살은 이날 보도했다. 이날 시위로 레포르마로 통하는 도로가 전면 차단됐으며, 경찰들은 시내 곳곳에서 경계 근무에 임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편 멕시코 야권은 이날 시위와 관련해 비센테 폭스 대통령이 시위 지지 발언을 함으로써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권은 폭스 대통령이 야권의 차기 대권후보로 유력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오브라도르 멕시코시티 시장의 치안 행정 부재를 일부러 부각시키며 이날 시위를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폭스 대통령은 이번 가두행진 시위가 "시민의 요구"라고 적극 옹호하며 멕시코시티의 치안 불안이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