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EO포럼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느끼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한국CEO포럼은 "응답자 가운데 45.7%가 경기 회복 시점을 '내년 2분기 이후'로 전망한 것은 경기 회복 시점을 '내년 2분기'로 봤다기보다 '그 이후 언제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들은 우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경제상황 인식과 대응 방법을 꼬집었다. '너무 낙관적이고 현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또 장ㆍ단기 정책과제 선정이 잘못됐다'는 응답이 84.8%나 됐다. '낙관적이고 비교적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은 15.2%에 그쳤고 '상황 인식이 비교적 정확하고 매우 잘 대응하고 있다'는 항목을 택한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 "개혁은 70% 이상 끝났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한 전문경영인은 "2개월 전부터 경제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어떤 식으로든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제 개혁은 70% 이상 이루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경영인은 "우리는 나머지 개혁이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면서 큰 소리 나지 않고 진행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문경영인들은 설문에서 올해와 내년에 가장 걱정되는 국내 거시지표로 △기업투자 위축(27.5%) △노사분규 확대 및 노사관계 악화(21.0%) △가계소비 부진 지속(18.2%) 등을 꼽았다. 또 지난 4ㆍ15 총선 이후 변화된 기업환경 가운데 △주요 개혁 방향에 대한 국론 분열(30.7%) △정치권의 경제 현실 인식 부족 심화(25.0%) △경제 및 기업 관련 정책의 불확실성 증대(23.9%) 등을 지적했다. ◆ 일본식 장기 불황 우려 전문경영인들은 경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선결 과제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식 장기 불황에 대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응답이 각각 67.4%와 10.9%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반(反)기업ㆍ반(反)부자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97.8%)는 우려도 제기했다. 반기업ㆍ반부자 정서가 강해지는 원인으로 '가진 계층의 사회적 역할이 부족했고 일부의 부 축적 과정에서 정당성이 결여됐다'(31.1%)는 점과 '일부 NGO 및 교원단체의 반기업적 분위기 확산'(22.2%)을 들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반대(68.9%)가 찬성(31.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전문경영인들은 민간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해 '고용 및 정규직 임금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반대'(46.8%)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