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디스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이 매기는 국가신용등급의 신뢰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무디스가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A3)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높였는데도 불구하고 일주일 동안 한국 정부 채권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전제하고,이는 한국을 신뢰한다는 무디스의 목소리를 투자자들이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무디스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진행되면서 긴장이 완화됐다는 이유로 등급 전망을 높였지만 뉴욕의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은 주변국과 북한 간 협상으로 미국의 비핵확산 정책이 퇴색되면서 한반도의 위험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상반된 분석을 내렸다. 이 같은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것은 정치적 위험도가 등급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나라의 경우 무디스가 그 위험도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기관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저널지는 무디스나 S&P,피치 같은 신용평가회사들은 기업의 빚 상환 능력은 제대로 평가하지만 외국 정부가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나 의지를 예측하는 데는 때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1998년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선언이나 아시아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된 97년 인도네시아의 정치 혼란, 94년 멕시코의 통화 평가절하 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 이 신문은 정치적 위험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핵심세력들의 은밀한 대화에 참여하고 민중 봉기의 가능성 등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뉴욕에 있는 줄리어스 배이어의 펀드매니저인 그레그 호퍼는 "정치적 위험을 평가할 때는 신용평가회사 대신 싱크탱크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