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김용택 산문집 '情님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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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 대한 기억과 향수는 작가들에게 작품의 주요 모티브가 되는 경우가 많다.
50년 전에 다니던 초등학교를 지금도 다니고 있는 김용택 시인에게 섬진강 옆 진메마을 이야기는 작품세계의 근원이 되는 변함없는 뿌리이자 원류이다.
김 시인이 새로 내놓은 산문집 '情님이'(열림원)는 어린 시절의 특별한 시간과 공간,특별한 사람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담아낸 이야기 모음이다.
작품 속 '정님이'는 초등학교 시절 시인의 마음을 다사롭게 채워준 갖가지 추억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정님이는 우리보다 나이도 많고 키도 크고 공부도 아주 잘하는,얌전한 여자아이였다…여름,학교 가는 강변길에 열린 빨간 산딸기는 우리 둘이 처음 주고받은 선물이었다…정님이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작별의 편지 안엔 '널 좋아했다'는 고백이 담겨 있었다."
책은 '정님이'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정님이'에 대한 추억담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계절마다 다채롭게 펼쳐지는 진메마을의 아름다운 일상 속에 수많은 사건과 사연,기쁨과 슬픔,사랑과 이별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자연과 사람들이 어울려 어떻게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법한 그리운 시간과 대상을 다시 한번 반추하게 만든다.
시인은 "작은 강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눈부시고 장엄했다.
그들이 만든 작은 마을 공동체적 삶의 모습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의 형태였다.
같이 먹고 일하고 함께 어울려 놀았던,신성하기까지 한 농민들의 위대했던 일상은,거대한 권력이 만들어낸 온갖 폭력이 배제된 인류의 이상이자 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장마다 분홍색 진달래 꽃물처럼 배어 있는 동양화가 우승우 화백의 삽화도 정겹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