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기록적인 수출 증가가 고용 창출 및 내수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등 국내 경제의 선순환고리가 끊어졌으며, 이같은 현상은 전후방 효과가 크지 않은 IT(정보기술) 산업이 수출경기를 주도하면서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일 '경기 양극화 심화와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의 IT산업 편중현상이 심해지면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 '고용정체형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품 및 소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IT산업이 전체 수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면서 내수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데다, 가계 부실과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국내 경영환경 불안으로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선호하면서 경기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IT산업은 부품 및 설비의 수입의존도가 40%를 웃돌아 수출이 늘어도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IT산업의 외화가득률은 전체 산업평균(63.3%)보다 훨씬 낮은 54.1%에 그쳤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용상 연구위원은 "수출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난 90년대 0.92를 기록했던 수출과 소비의 상관계수가 2002년 1ㆍ4분기∼2004년 1ㆍ4분기에는 마이너스 0.57로 떨어지는 등 수출과 내수의 단절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같은 수출과 내수의 단절은 고용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제조업 위주로 돼 있는 각종 지원책을 서비스 업종으로 확대하고,가계부채의 조속한 해결 등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는 단절된 수출, 내수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관관계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산업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도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정보통신산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었지만, 각종 부품과 소재의 해외조달이 가속화되면서 완성품의 국산화율이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