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에 '관세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무관세로 수입되던 복합반도체칩(MCPㆍMulti Chip Package)에 대해 관세청이 최근 8%의 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CP를 사용해 휴대폰 MP3플레이어 PDA 등을 만들어온 업체들이 적잖은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 이로 인해 통상마찰이 발생할 경우엔 우리 업체들의 반도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 면세품에서 관세부과대상으로 관세청은 최근 관세품목분류위원회를 열어 MCP의 품목코드를 면세품인 '8542'(반도체)에서 과세 대상인 '8543'(전자부품)으로 변경, 8%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MCP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온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MCP 수입액의 8%를 관세로 내야 한다. 수출용은 관세 납부 후 환급받는다. MCP란 2개 이상의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것으로 휴대폰 MP3플레이어 PDA 디지털카메라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개발 추세가 하나의 칩에 여러 반도체를 집어넣는 시스템온칩(Soc)보다 여러개의 반도체를 쌓아 패키지로 만드는 MCP 방식으로 바뀌면서 각광받고 있다. 현재 MCP 분야에서는 미국 인텔이 1위, 삼성전자가 2위를 달리고 있고 샤프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도 선두권에 포함돼 있다. MCP 공급자이자 수요자인 삼성전자는 MCP를 품목에 따라 수출도 하고 수입도 한다. MCP에 대한 관세청 방침이 바뀐 데는 미국이 일본 샤프 제품에 관세를 매긴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은 8543 품목에 2% 관세를 부과한다.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은 MCP를 8542 품목으로 분류,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관세청 관계자는 "세계관세기구가 정한 국제기준에 따라 MCP를 분류해 과세대상으로 결정했다"며 "세율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 피해 우려 이번 결정에 따라 수입 MCP로 휴대폰 MP3플레이어 등을 만들어 판매해온 업체들은 관세를 한꺼번에 납부해야 한다. 관세 부과 결정이 나면 공고일로부터 2년전에 구매한 물량까지 소급 적용되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납부해야 할 관세 총액을 추정하기는 쉽지 않으나 휴대폰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납부해야할 금액만도 각각 3백억원과 1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PDA 업체인 S사도 수억원을 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휴대폰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메모리의 기능을 통합한 MCP를 쓰지 않을 수 없다"며 "MCP에 대해 일본 중국 등이 무관세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미국이 2%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8% 관세를 물리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체들은 무역보복을 우려하고 있다. MCP를 무관세 품목으로 분류해놓고 있는 중국 일본 등이 문제삼을 소지가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일본에서 한국산 IT 제품이나 반도체에 대한 보복관세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업계 대응 휴대폰ㆍ반도체 업체들은 관세청의 결정에 불복하는 권리구제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업체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며 "권리구제신청을 통해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등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업체들이 권리구제신청을 해오면 관세 소급기간은 물론 세율까지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세청 관계자는 "권리구제신청이 들어오면 업계 의견을 일정부분 반영할 수 있다"며 "실제 부담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ㆍ고성연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