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요구한 것은 크게 봐서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개별 금융회사에서 비롯된 '위기요인'을 업계가 공동으로 예방하거나 대응할 수 있도록 자율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둘째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금융회사간 떠넘기기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위기상황 발생시 이런 시스템 속에서 주채권은행이 책임을 지고 처리하되 그것이 안되면 정부가 중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장치가 구축되지 않으면 도덕적 해이로 국민들에게 비쳐져 국민적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고 강한 톤으로 은행장들을 압박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 금융위기 때 금융권이 '나 먼저 살자'며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한 뒤 최근의 가계대출과 신용불량자 문제도 "결국 금융권에서 출발한 것 아니냐"며 몰아세웠다. 다음은 간담회 주요 발언 요지. △ 노 대통령 =금융기관의 위험 요인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만나자고 했다. 부처 보고를 받으면 위험 요인이 없다지만 하도 데어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앞으로 위기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금융기관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게 무엇인지 논의해 보자. 돈 빌린 사람에게 물으면 화내고,빌려준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해도 정부만 바라본다. 정부는 더 이상 관치 않느냐고 하고, 국민은 누구를 믿고 한국에서 사업하느냐고 한다. △ 김승유 하나은행장 =가계부채나 신용불량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기법 등 금융권 내부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신불자 제도는 신용평가회사(CB) 활성화를 전제로 운영하고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한다. 영세상인에 대한 정부의 신용보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평시에는 은행간 협의체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위기발생시에는 주채권 금융회사의 역할을 활성화하면서 공동 대응해야 한다. △ 김정태 국민은행장 =다중채무자를 포함한 신불자 문제 해결을 위해 개별 금융회사의 이해를 초월한 금융권 공동 이익 추구가 바람직하다. CB를 활성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 강권석 기업은행장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원활한 금융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CB를 활성화하자. △ 정태석 광주은행장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비중이 높아 거래 중소기업 경영에 따라 은행 성과가 크게 영향받는다. 중소기업CB를 조기에 확립해 달라. 지역 중소기업에도 워크아웃제도를 적용해 나가자. △ 배영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시설 및 유망 서비스 중소기업에 신용보증을 확대하고 있다. △ 박봉수 기술신보 이사장 =기술형 창업 지원을 위해 기술가치 평가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시장 자율에 상응하는 규율과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시장불안시 주채권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금융권의 공동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 △ 하영구 한미은행장 =금융시장에서 시스템 리스크 발생시 정부 개입은 당연하다. '쏠림 현상' 방지를 위해 대외 개방을 더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규제 완화가 더 필요하다. 국내 사모펀드 육성 등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 △ 황영기 우리은행장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채권금융기관 중심으로 자기책임 원칙과 가치중심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면서 시장 자율을 확보해야 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