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화가"로 유명한 김종학(67)화백이 설악산에 칩거하며 작업에만 몰두한 지 벌써 25년이 됐다. 그의 설악산 작업 반세기를 기념하는 "설악의 사계"전이 17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5백호가 넘는 "설악의 폭포주변"을 비롯 신작 30여점을 출품한다. 바로 옆 금호미술관에서는 18일부터 김화백이 수십 년간 모아온 목기 보자기 등 소장품 1백10여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김화백의 첫 작품집인 "김종학,설악의 사계"(열화당)도 출간됐다. ◆설악의 사계=그의 작품은 첫눈에 확 들어오는 그런 그림이다. 꽃 풀 나비 등 온갖 생명체가 화면 가득 담겨 있다. 원근법을 무시한 구도에 거친 붓질,'너무 화려하다' 싶을 정도로 밝은 색감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김 화백은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추상작업에 몰두해 온 작가였다. 추상미술 일색인 한국 화단에 싫증을 느껴 설악산에 들어간 게 1970년대 말이었다. 고향이 평북 신의주인 김 화백은 "이중섭 박고석 같은 이북 출신 작가들은 기질적으로 붓을 휘둘러가며 그린다"면서 "내 몸 안에도 그런 피가 흐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설악산 그림'은 초기에는 어둡고 단순했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화면이 밝아지고 색깔도 선명해지고 있다. 7월4일까지.(02)734-6111 ◆민예·목기전=김 화백은 미술계에서 전통목기 보자기 소장가로 잘 알려져 있다. 목기 보자기에 대한 식견은 수준급이다. 서울에 올 때마다 인사동 황학동을 돌며 목기 보자기를 구입하는 게 그의 유일한 취미다. 그림이 잘 팔리는 인기 작가였지만 집에 주는 생활비를 빼곤 번 돈의 대부분을 목기 보자기 구입에 썼다고 한다. 목가구 고가구 가격이 뛰었던 80년대 후반 '떼돈'을 벌 기회도 있었지만 그는 소장하고 있던 목기 3백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번 출품작은 그 이후 틈틈이 모은 소장품들이다. 김 화백은 "목기 수집을 통해 조형적 안목을 넓힐 수 있었다"며 "좋은 목물을 가려낼 줄 아는 안목이 생기자 내 그림을 보고도 내 스스로 좋고 나쁜 것을 알아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전시가 끝나면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파리 동양미술관에 소장품 일부를 기증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7월4일까지.(02)720-5114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