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장에서도 디플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재테크 디플레 현상이란 재테크 생활자들의 현금흐름(cash-flow)이 악화돼 축적해 놓은 자산까지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보험의 중도 해지율이 높아지는 것을 들 수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단순히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산가치 하락을 감수하면서 보험을 중도에 해지한 건수는 8백19만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테크 디플레의 또 다른 예는 시중에 퇴장주화가 다시 나오는 현상(dishoarding)을 들수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재테크 생활자들이 저금통이나 책상서랍 등에 쌓아뒀던 동전까지 꺼내쓰고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값과 주가가 떨어지는 것도 재테크 디플레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이달 들어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0.03% 하락했다. 주가도 자금력이 취약한 서민들이 주로 투자하는 소형주 지수가 중대형주 지수보다 상대적으로 큰 폭 하락했다. 요즘처럼 재테크 시장에서 디플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재테크 생활자들의 현금흐름과 체감경기가 그만큼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 소비자물가상승률+실업률)는 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02년의 5.8에서 올 4월에는 6.7로 높아졌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우리처럼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크게 두단계 위기를 겪는다고 보고 있다. 하나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외화유동성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위기(macro crisis)며, 다른 하나는 개별 경제주체의 현금흐름상 문제로 나타나는 위기(minor crisis)로 구분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엄격히 따진다면 국가 전체 차원의 위기를 개별 경제주체들의 위기로 전가시켜 놓았다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른다. 최근 한국 경제 내에서 일고 있는 위기론에 대해 해외에서도 언제든지 위기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결국 개별 경제주체들의 현금흐름과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 재테크 디플레 현상을 초래하고 재테크 생활자들이 위기론에 쉽게 동조하는 원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경기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들의 체감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금흐름이 개선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